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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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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달래 세상이 변하면서 주택구조도 달라졌다. 그 바람에 오랫동안 사셨던 집에 텃밭까지 두고 이사를 가셨다. 기다림이란 의미가 없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채신 엄마는 그곳에 남아있는 달래를 캐오라고 하셨다. 말랑말랑한 흙에서 달래를 캐며 흙까지 듬뿍 떠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허옇게 딸려오는 뿌리가 참 길다. 동글동글 드러난 흰 구슬에 옛날 초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긴 수염이 붙어있어 신기하다. 화분에 심으시려나 싶어 흙을 넉넉하게 담았는데 엄마는 달래장을 해먹야지 하신다. 텃밭을 아파트 베란다로 옮기시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엄마의 봄은 달래장으로 시작된다. 옛날에는 어디서 캐오셨는지 잎보다 뿌리가 더 실한 달래를 다져 장독대에서 퍼온 조선간장으로 양념간장을 만드셨다. 달래장으로 밥을..
살갈퀴나물 살갈퀴 살갈퀴는 잎의 끝이 갈퀴처럼 갈라져서 살갈퀴라 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한 후 콩깎지를 걷어내던 듬성듬성한 갈퀴를 닮았다.  방학천 자전거 도로 옆이나 잔디밭처럼 양지바른 곳에 넓게 자리잡고 있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곳에서 피는 살갈퀴꽃의 꽃말은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살갈퀴의 어린잎은 나물무침으로 열매는 익기 전에 따서 튀기거나 끓는 물에 데쳐서 버섯이나 멸치와 함께 볶아서 먹기도 한다. 완두콩처럼 밥에 넣어먹어도 좋다. 넝쿨을 뻗어 넓게 자리 잡으면서 피는 꽃이 사랑스럽다. 보라색 꽃이 한창 필 무렵에 봐서 그런지 살갈퀴는 텃밭에서 자리 잡고 늘 밥상에 오르던 먹거리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기생초 기생초 기생초는 행운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주말농장에서 핀 기생초를 보며 벨벳 한복이 떠올랐다. 소풍날이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신 어머니들은 나들이 옷으로 벨벳 한복을 즐겨입으시곤 했었다. 함께 나들이 가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바람에 흔들리는 기생초는 맑은 날 더 눈부시게 예쁘다.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 간절한 기쁨, 추억. 꽃말처럼 추억에 잠기게 하는 꽃이다. 잔칫날 같던 운동회날 한복 대신 쓰봉을 입으시고 손님찾기, 이어달리기를 하시던 엄마가 생각나던 기생초다. 기생초는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등 색깔이 선명해 염료로 쓴다. 꽃을 말려 추출한 색소로 직물염색, 종이제작, 목재 처리 등에 사용하기도 하고 피부염증, 상처 화상 등을 치료하기도 한다.
짚신나물 짚신나물 약초농장에 축축 늘어지면서 피던 노란꽃은 짚신나물 꽃이었다. 꽃이 지고 맺힌 씨앗에 털이 나 있다. 옛날엔 털북숭이 씨가 짚신에 붙어 있어서, 짚신 냄새가 나서 짚신나물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소변과 대변에서 나오는 피나 장출혈이나 타박상에서 나오는 피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봄철에 어린 순은 삶아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노란 꽃이 피는 짚신나물 꽃말은 ‘감사’다. 약초농장에 박하 종류가 많아서 그랬을 것이다. 방하, 세이지, 라벤더, 로즈메리 향기에 묻혔을까. 짚신나물 꽃향기를 잡지 못했다. 짚신나물 자잘한 꽃은 모여 있어서 예뻤다. 무리짓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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