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6) 썸네일형 리스트형 대추나무 대추나무에 가시는 길고 뾰족해서 생인손을 앓을 때 떼어냈다. 콧김을 쏘인 가시 끝으로 곯은 자리를 찔러 고름을 짜내곤 했다. 6월 대추 꽃이 폈다지고 나면 파란대추가 맺히고 붉게 익어 간다. 대추가 붉게 익기시작하면 추석이었다. 대추를 털어 차례를 지냈다. 장대로 두드려 맞으면서 대추를 떨구고 된서리를 맞으면서 잎이 진다. 앙상한 대추나무에 흰 눈이 쌓이면 말려두었던 대추로 차를 끓이곤 한다. 접시꽃2 처음 꽃을 찍을 때는 꽃술만 보고 찍었었다. 접시꽃을 그냥 볼 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꽃술이 얼마나 예쁘던지. 벌처럼 파고들었다. 장난감을 사 달라 땡강 부리는 아이모습 같았다. 사진을 찍은 시기를 접시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꽃술만 찍다 꽃잎이 보이더니 이젠 전체를 찍는다. 접시꽃1 6월, 벌써 꽃이 피기 시작했다. 꽃대가 위로 자라면서 꽃이 핀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피고 진다. 꽤 오래 꽃을 볼 수 있다. 다년 생이다. 눌러 놓은 듯 납작한 꽃씨를 뿌리면 그해는 잎만 푸르다. 그렇게 한해 겨울을 보내고 나면 매해 담장위로 얼굴을 내밀며 피어난다. 접시꽃은 사람 키보다 더 커서 마주보거나 멀리서도 꽃핀 것을 알 수 있다. 꽃가루 범벅이 된 벌들이 귀엽기까지 하다. 활짝 핀 꽃은 열린 마음자리다. 접시꽃은 열어놓은 창문으로 방안을 엿보기도 하는데 그 모습에 마음까지 환하다. 접시꽃은 홑잎에 겹잎까지. 색깔도 빨강, 하양, 연분홍에 흑색까지 다양하다. 벌이 꽃잎 색깔을 보고 찾아오는 것인지. 접시꽃 꽃향기를 난 알지 못한다. 접시꽃은 아련한 그리움이다. 시골집이 떠오르고, 어.. 벼 주말농장에 밭같이 메말랐던 논에 물이 그득하더니 어느새 모가 심어져 있다. 이젠 논도 낯설고 논에 있는 모도 신기하지만 그때는 우리 동네 풍경이었다. 비닐하우스가 씌워져 있던 모판에 모를 살필 때만 해도 발이 시리다고 하셨다. 그 모판에 모를 뽑아 가래질한 논에 물을 채워 품앗이로 돌아가며 모를 심었는데. 줄 대어 심어놓은 모는 금방이라도 물위에 둥둥 떠오를 것만 같이 위태로웠었다. 살 것 같지 않은 모가 논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논이 꽉 차게 푸르러졌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온통 푸른빛이던 논이 누르스름해지다 황금빛이 되었는데. 벼가 노랗게 익기 시작하면 참새 떼가 모여들고 참새를 쫒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밀짚모자를 쓴 볏짚 허수아비가 여기저기서 보초를 서고 반짝거리는 끈들이 출렁출렁...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