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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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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뽕나무에 오디를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뽕나무밭에서 따먹었던 기억이 있다. 개학을 하고나면 뽕나무 밭에 오디는 없었다. 그렇게 학교생활로 절기를 더듬곤 한다. 6월 초면 분유가루 같았던 꽃이 가무잡해지며 모래알을 붙여놓은 듯 익었던 것이다. 옛날에도 뽕나무는 참 컸었다. 오디가 달린 가지를 휘어지게 매달리며 따먹었다. 미처 휘지 못한 가지는 꺾이기도 하고 휘지 않는 가지에 오디는 포기하기도 하면서. 입술이 새까맣도록 따먹고 양은 도시락 뚜껑이 닫히지 않을 때까지 따오고는 했다.
엉겅퀴 팻말을 보니 약초 농장이란다. 밭에 무리지어 핀 엉겅퀴를 보고 놀랐다. 내게 엉겅퀴 꽃은 환상의 꽃이다. 진 보라색 바늘 같은 꽃잎이 그랬다. 꺾고 싶어 손을 댔던 적이 있다. 가시 돋친 잎사귀가 얼마나 표독스럽던지. 꽃받침은 끈적끈적 손에 달라붙어 다시는 꺾을 생각을 않던 엉겅퀴 꽃이다. 약초 농장에 있는 걸 보니 들에 꼿꼿하게 폈던 엉겅퀴는 약초였던 모양이다. 무리지어 핀 엉겅퀴 꽃 위에 날아다니던 흰나비 때문일까. 꿈을 꾸는 듯 했다. 여전이 꽃향기를 잡지 못한 걸 보면 그 보랏빛 꽃잎에 나비도 홀린 모양이다.
지칭개 지칭개, 이름이 궁금했던 꽃이다. 이름을 알고 나서도 이름을 자꾸 잊는 꽃이다. 지칭개,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아 꽃을 볼 때마다 한참을 보고 이름을 더듬는다. 산과 들에 연보라로 피는 꽃을 늘 더 피려나하고 기다리다 잊고 마는 꽃이다. 지칭개를 보면 늘 엉겅퀴를 떠올린다. 한때는 꽃이 더 피면 엉겅퀴가 되겠지. 그랬었다. 지금은 다른 꽃이란 걸 안다. 지칭개는 바람에 흔들흔들, 늘 그렇다. 키만 커 꽃까지 싱겁게 폈다 지는 걸까. 그 꽃, 지칭개가 좋은 걸 보면 나도 싱겁다.
밤나무 밤나무에 대한 기억은 풍요로움이다. 밤이 아람이 불 무렵이면 먹거리가 참 많았다. 6월 초부터 밤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6월 둘째 주, 그 무렵이면 온 산이 새하얗다. 산을 꽉 채우다 바람 따라 실려 온 밤꽃의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우리 동네는 밤나무가 아주 컸었다. 그래서일까. 꽃을 제대로 본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 밤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면 꽃 같지 않은 맹충이 같은 꽃을 찍고는 한다. 밤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밤을 줍다가 시원찮으면 장대를 들고 나뭇가지를 때리기도 하고. 산밤은 도토리보다 아주 조금 더 크다. 금방 떨어진 밤은 윤이 반짝반짝, 벌레 걱정은 없다. 겉껍질은 이로 깨물고 속껍질을 손톱으로 벗겨먹고는 했는데 오독오독 씹는 맛이 고소했다. 밤송이를 신발로 문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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