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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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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꽃 감나무 가지에 잎이 나고 반질반질 윤이 나기 시작하는 4월이 지나 5월이면 반죽을 비틀어 놓은 것 같은 꽃봉오리가 맺히면서 꽃이 핀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연노란 꽃잎이 제 열매처럼 야무지면서 다부지다. 개미들이 분주하게 오가기 시작하고 꽃가루가 흩어지면 진딧물이 낀다. 옛날엔 떨어진 감나무 꽃을 모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난 감나무 꽃을 먹어본 적은 없는데 감나무 꽃도 달콤하다고 했었다. 우리 동네엔 감나무가 귀했다. 감꽃을 본 것은 사진을 찍으면서다. 내가 알았던 감은 단감이 아니라 소금항아리에 넣어두었던 땡감이었다. 나한테 감은 말랑말랑한 홍시에 대봉 감이었다. 한겨울, 항아리에서 꺼내 먹던 말랑말랑한 감과 감나무 가지에 하나둘 남아있던 까치밥이다.
딸기 꽃 우리 집 뒤뜰, 포도나무 밑에는 딸기밭처럼 딸기가 있었다. 이른 봄, 딸기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뒤뜰을 기웃거렸다. 푸르게 맺힌 딸기가 하얗게 투명해지면서 새콤달콤해졌다. 덜 익은 딸기를 성급하게 따 먹어도 딸기는 상큼하게 맛있었다. 익을 새 없이 따 먹었던 뒤뜰에 딸기는 꽃이 피고 또 익었다. 딸기 꽃이 작아지면서 딸기는 잘아져도 늦여름까지 달렸었다.
끈끈이대나물 끈끈이대나물 꽃이 처음 눈에 환하게 들어온 곳은 밭두렁에서다. 진분홍 꽃이 너무 예뻐 가던 길을 멈추고 앉아 한참을 봤었다. 아니까 눈에 띄기 시작한 건지 원래 그렇게 많았었던 것인지. 어느 곳에는 텃밭에 먹거리 대신 끈끈이대나물 꽃이 가득 피기도 했다. 바람에 따라 춤추는 듯 휘청대다 꼿꼿하게 바로 서는 모습이 야무지다. 끈끈이대나물은 주말농장에 먹거리와 함께 풍성하다가 텅 빌 무렵 진다.
메꽃 5월 중순, 메꽃이 피기 시작하면 가을까지 핀다. 메꽃은 한낮에도 초롱불을 켠 듯 환하게 빛난다. 엄마가 뽑아주시던 메 싹을 먹은 기억이 있다. 메 싹이 씀바귀의 뿌리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먹거리가 귀해 씀바귀를 캐먹듯 그랬던 것인지. 메꽃은 천연 염색으로 곱게 물들인 그 천 같다. 곱게 차려입고 봄 소풍을 가면 메꽃이 같을까.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 날리더라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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