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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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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논두렁 밭두렁, 산길 들길 어디에나 산딸기가 참 많았다. 실컷 먹고 양은 도시락에 가득 따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산딸기를 따 먹다 팔 다리는 가시에 긁힌 상처로 울긋불긋 했다. 아물 새 없이 덧대어 뜯긴 상처엔 늘 피가 맺혀 있었다. 학교를 오가던 산길엔 간식을 사먹을 데라곤 없었는데 산딸기는 문방구에서 사던 알사탕보다 라면땅보다 맛있었다.
매발톱꽃 매가 하늘에서 내려오며 먹이를 낚아채려는 매발톱 같다. 볼 때마다 매가 떠오른 건 이름 때문일 것이다. 이름값이다. 매발톱꽃 색깔은 참 다양하다. 무지개를 닮고 싶었던 걸까. 꽃은 강인한 듯싶다가도 여리고. 여린 듯싶다 가도 강하다. 그 때문인지 사람 손이 가꾼 화단에 참 환하게도 펴 있다. 병아리라도 낚아채려는 것일까. 숙인 꽃송이가 꼭 매발톱이다.
토끼풀 토끼풀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풀밭에 앉아서 꽃을 따곤 했다. 꽃을 따서 줄기 사이로 꽃을 끼워 꽃반지를 만들어 끼기도 하고 꽃시계를 만들어 차기도 했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한 움큼 따서 엮어 목걸이를 만들어 걸기도 하고 예쁜 화관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 손을 덜 탄 화단에 토끼풀 꽃이 핀 것만 봐도 기분이 좋다. 보고만 있자니 철이 들었다고 해야 할지. 동심을 잃었다고 해야 할지.
수염 패랭이꽃 다년 생 여러해살이 풀이다. 아주 오래전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황량한 겨울 신기하게도 시금치처럼 푸른 잎이 좋아 신기했는데 키가 쭉쭉 자란 꽃대에서 울긋불긋 피어나는 꽃에서 나는 향기까지 좋았다. 한해 두해 꽃을 보다가 파 씨처럼 야무진 씨를 받아 화분에 뿌렸다. 베란다에서 키우기가 좋다. 햇볕이 잘 들고 겨울에도 화분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 물을 주면 꽃을 볼 수 있다. 화분을 꽉 차게 덮었던 잎에서 봄이면 긴 촛대 같은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5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뾰족뾰족한 잎 사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절정이다. 길게 올라온 꽃대에선 경쟁이라도 하는 듯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는 열어놓은 창문으로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온다. 최고급 향수를 뿌려놓은 듯 황홀하다. 더더욱 좋은 것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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