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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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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달개비 5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자주달개비 꽃이 피기 시작한다. 난초 같은 잎 사이에서 동글동글 맺힌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손끝이, 풀잎이 스치기라도 하면 꽃잎이 쓸러 찢어질 것 같다. 삼각형 모양의 자주색 꽃잎 세장이 돗자리를 펼쳐 놓은 듯하다.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솜털 같은 꽃술에 점점이 앉은 노란 꽃가루. 온몸에 꽃가루 범벅이 된 벌들이 자주달개비 꽃을 오가며 분주하다. 꿀을 따는 모습이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다. 비가 내린다. 다행이다. 자주달개비가 빗속에서도 찢기지 않았다. 자주달개비는 맑으면 맑은 데로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나름 참 곱다.
초롱꽃 초롱꽃 사진을 보면서 꿀벌이 있어 새삼 놀랐다. 초롱꽃에 향기가 있나? 향기에 대한 기억은 없다. 꽃이 깊어 꿀벌이 꿀을 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초롱꽃은 흰색은 문풍지에 창호지를 떠오르게 하고 초롱꽃 자주색은 창호지에 꽃물을 들여놓은 것 같다. 어두운 밤길 초롱꽃을 들고 걷는다면 초롱을 든 듯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은 몽환적이지 않을까 싶다. 가는 꽃대에 늘어진 꽃이 흑백 사진 속에 풍경 같다. 5월 중순부터 종이 공 같은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초롱을 달아놓은 듯 피기 시작하다. 꽃대에 말라붙듯 지는 모습도 꽃잎이 떨어지는 것보다 애처롭지 않아 좋다. 은은한 달빛 같은 초롱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겸손해서 예쁘다.
달맞이꽃 후덥지근한 여름 밤 멀리서도 환하게 빛나는 들꽃이 있다면 그건 달맞이꽃이다. 달맞이꽃이 핀 개울가는 물소리와 함께 마법이 일어날듯 금빛으로 환상적이었다. 척박한 곳을 피한 달맞이꽃은 아기 주먹만 한 꽃송이가 꿈결처럼 피어나기도 했다. 이른 새벽, 이슬을 머금고 피어있던 달맞이꽃이 서서히 지고나면 다른 곳이 되었다. 달맞이꽃이 피었던 곳은 밤에는 눈부시게 환하다 한낮에는 황량할 정도로 쓸쓸했다. 달맞이꽃이 있는 곳은 밤과 낮이 달랐다. 늦잠을 자는 이라면 텅 빈 곳이었을 것이다.
낮달맞이꽃 이른 새벽, 일찍 일어나야만 이슬에 젖은 달맞이꽃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 낮달맞이꽃을 본 날은 낮에도 환하게 피어있는 꽃이 신기했었다. 주변까지 환하게 하는 낮달맞이꽃을 보면 내 기분까지 환해지곤 한다. 자꾸 보다보니 밤에 피는 달맞이꽃보다 꽃잎이 조금 더 크고 매끈하다. 언제 피는 것일까. 아침, 점심, 저녁 볼 때마다 늘 한결같은 모습이다. 5월부터 화분 또는 화단에서 피는 낮달맞이꽃은 분홍 낮달맞이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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