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6)
인동초 5월 중순 장미꽃이 피기 시작하면 인동초는 꽃망울이 맺힌다. 빨간 인동초가 피기 시작하면 하얀 인동초는 필 준비를 한다. 우이천에서 처음 본 인동초는 넝쿨에서 새들이 노는 것 같았다. 담장 위로 목을 길게 빼고는 지나는 친구에게 소리치는 모습이랄까. 처음 봤을 때는 어우러진 꽃을 보며 노란 인동초도 있는 줄 알았다. 하얀 꽃이 지며 노랗게 변한다. 겨울추위에 까만 씨가 찌글찌글하다.
쥐똥나무 까만 열매가 꼭 쥐똥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작명가는 꽃보다 열매를 먼저 본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쥐똥나무 까만 열매가 새순이 날 때까지 나무에 달려 있었다. 새들이 먹거리가 흔한 넉넉한 겨울을 보낸 것 같아 다행이다. 축축 수수처럼 늘어지는 쥐똥나무 꽃은 달콤한 향기가 멀리까지 퍼진다. 티밥 같은 꽃봉오리가 터지면 벌과 나비가 꽃잎 속으로 들어갈 기세다.
파라칸시스 울타리에 파라칸시스 열매가 꽃보다 더 눈에 띈다. 빨갛고 고운 열매는 그냥 맺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얀 꽃이 폈다. 울타리 주변이 꽃향기로 가득하다. 벌과 나비를 부르는 향기와는 다르다. 그 때문인지. 파리보다는 날렵하게 보이는 날벌레가 꽃 위에 앉았다.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꼭 제 열매를 닮은 축소판이다.
빨간 인동초 어느 댁 담장에 빨간 인동초가 새부리처럼 꽃망울이 맺히더니 먹이를 낚아채듯 꽃이 피기 시작한다. 벌어진 입속에 혀가 노랗다. 넝쿨을 뻗어가며 핀다. 담장에 늘어지며 피는 꽃이 날고 있는 새 같다. 어느 곳에서나 피는 하얀 인동초 보다는 자생력이 떨어지는지 귀하다. 산책을 하며 만났던 꽃이 궁금해지면 한 번씩 발길을 돌려 찾아간다. 빨간 인동초는 아직 열매를 찍지 못했다. 꽃이 지면서 잊고 만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