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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에 대한 기억은 풍요로움이다. 밤이 아람이 불 무렵이면 먹거리가 참 많았다.
6월 초부터 밤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6월 둘째 주, 그 무렵이면 온 산이 새하얗다.
산을 꽉 채우다 바람 따라 실려 온 밤꽃의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우리 동네는 밤나무가 아주 컸었다. 그래서일까. 꽃을 제대로 본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 밤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면 꽃 같지 않은 맹충이 같은 꽃을 찍고는 한다.
밤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밤을 줍다가 시원찮으면 장대를 들고 나뭇가지를 때리기도 하고.
산밤은 도토리보다 아주 조금 더 크다. 금방 떨어진 밤은 윤이 반짝반짝, 벌레 걱정은 없다.
겉껍질은 이로 깨물고 속껍질을 손톱으로 벗겨먹고는 했는데 오독오독 씹는 맛이 고소했다.
밤송이를 신발로 문대고 알밤을 까서 입안으로 쏙. 수고로움에 비하면 먹을 속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길을 오가며 하나 둘씩 주워 먹는 밤으로 그 산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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