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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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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 달개비를 엄마는 닭의장풀이라고 꼭 부르셨다. 모래위에서도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뻗어갔다. 그 줄기 끝에서 파랗게 수탉처럼 피는 꽃이다. 파랗고 맑게 가을하늘처럼 피는 꽃이 참 좋다. 씨를 뿌린 적이 없는 화분에서도 달개비 꽃이 폈다. 화분이 달개비로 꽉 차더니 파란 하늘이 내려앉는다.
여주 지지대를 타고 올라가던 넝쿨에서 여주 꽃이 피기 시작했다. 6월 중순이 지나 무더위가 시작되면 여주 꽃이 샛노랗게 핀다. 여주 꽃으로 주변까지 환해지면 개미들이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열매를 매달고 암꽃이 피면 수꽃에는 꿀 따는 벌들이 날아든다. 빗물을 머금던 여주 꽃이 폈다 지고 나면 넝쿨은 튼실해진다. 우거진 넝쿨이 버거울 정도로 여주 열매는 울퉁불퉁 커져간다.
까마중 시멘트로 포장된 길 어디에 빈틈이 있었던 걸까. 까마중이 옹골차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것이 까마중이다. 까마중이 까맣게 익기 시작하면 오가며 따 먹었다. 씨와 함께 입안에서 터진 달콤한 까마중은 많았다. 길옆에 특히 많았던 까마중은 아이들 군것질거리였다.
백일홍 참 오래 피어있는 꽃이다. 그래서 이름이 백일홍일 것이다. 꽃 색깔도 분명하고 꽃잎이 도톰해서 상처받지 않을 것 같다. 빨간 꽃잎 속에 산봉우리처럼 솟아올라 별처럼 떠있는 꽃술. 꽃잎으로 시선을 끌고 꽃술로 환하게 반겨주는 백일홍이다. 백일홍을 보면 우울했던 기분이 달아나고 꽃처럼 환해진다. 고단했던 삶에 위로가 되었을까. 백일홍은 엄마가 좋아하신다. 마당이 없어진 돌계단 위 화분에는 색색의 백일홍이 피곤 한다. 딸은 엄마를 닮아 가는지 잔잔한 꽃이 좋던 내가 백일홍이 좋다. 어느 해인지 유난히 백일홍에 나비가 요정처럼 꿈인 듯 많았었다. 몸을 숨기기에도 안성맞춤, 백일홍은 딱정벌레도 좋아하는 꽃이다. 꿀단지에 꿀도 넉넉한지 꽃을 고른 벌들은 꽃술에 머리를 박고 있다. 백일홍은 마음자리까지 넉넉하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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