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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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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참나리보다 내겐 호랑나리가 더 그럴듯한 이름이다. 주황색 꽃잎에 검은 점 때문에 난 호랑이를 연상한다. 아주 오래전에 안면도를 갔었다. 바위산에 참나리. 산을 붉게 덮은 그 참나리는 호랑이 같았다고 할까. 호랑이가 달리면서 바위산을 오른다면 그럴 것이다. 길을 오가면서 보는 참나리는 화단과 화분에 있다. 줄기와 잎 틈에 검은콩 같은 것이 맺혔다면 참나리다.
무궁화 씨방이 남아있던 가지에서 새순이 돋기 시작하면 봄이다. 연두색 싹이 초록색으로 가지가 버겁게 우거지면 꽃망울이 맺힌다. 구슬 같은 꽃망울은 무심코 지나칠 때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여느 꽃들이 그러하듯 꽃이 활짝 피면서 무궁화가 그곳에 있는 줄 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노랫말처럼 피고 지도 또 피어 무궁화라네. 그렇다. 세상이 온통 초록,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무궁화가 핀다. 무궁화 꽃잎 위에 제일 많이 오가는 것은 개미들이지 싶다. 분주하게 오가는 것을 보며 진딧물이 끼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꽃술에 벌들은 눈 위에서 뒹굴고 노는 아이들 같은 모습이다. 하얀 꽃가루 범벅이 된 벌들은 꽃술에서 떠날 것 같지가 않다.
가지꽃 7월이 되면 밥상에 가지가 오르기 시작한다. 가지를 쪄서 나물을 무치거나 냉채를 만든다. 무더운 날은 얼음이 뜬 가지냉채가 시원했다. 보라색 가지 꽃은 화초 꽃처럼 예쁘고 선명하다. 꽃이 폈다지면 반질반질한 가지가 달려 있다. 꽃이 폈다지면 반질반질한 가지가 달려 있다.
산수국 산수국이 인상 깊었던 건 겨울에 마른 꽃잎이다. 꽃이 없는 겨울, 말려 놓은 것 같은 꽃이 예뻤다. 꽃을 찾아다니다가 정말 꽃을 만난 것처럼 좋았다. 그렇게 산수국은 마른 꽃을 보고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산수국은 계속 필 것 같은 모습과 불분명한 색이 좋다. 꽃은 무릎까지 온다. 산수국은 내려다볼 때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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