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267)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행나무 방학동 연산군묘 바로 앞에 있는 은행나무 보호수1호는 수나무다. 연산군묘에서는 은행나무를 지그시 내려다 볼 수 있다. 은행나무 전체를 보기는 원당샘이나 원당정이 낫다. 아파트와 주택가가 바로 옆에 있어 은행나무를 찍으면 배경이 어수선하다. 은행나무 전체를 담기가 쉽지는 않다. 사방이 다 막혀 있어서 그런지 실력 탓인지 사진이 지저분하다. 은행나무 보호수1호를 보며 순환을 생각한다. 잎이 나고 자라면서 푸른 잎이 노랗게 변하다 된서리를 맞고 한꺼번에 은행잎이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치료 받은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기우는 몸을 여러 개의 지지대로 버티고 선 모습은 안쓰럽다. 그 모습이 고단해 보여 보내 줘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사는 것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는.. 산초 산초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멀리서도 그 향기를 잡을 수가 있다. 북한산 둘레길에 산초가 모여 있는 그 곳이 그렇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인데도 주말에만 가서 그런지 꽃을 볼 수가 없었다. 철지나 핀 희끄무레한 꽃을 간신히 찍었다. 북한산 둘레길에 있는 산초나무는 비탈진 곳에 있는데다 우거진 나무 그늘로 어두워 꽃도 열매도 최근에야 볼 수 있었다. 산초나무야 말로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만다. 햇살이 내려앉은 것 같은 꽃도 잎 같은 열매도 눈길을 끌지 못한다. 산초나무의 까만 열매를 따서 후추 갈 듯 갈아 향신료로 쓴다. 추어탕을 파는 집에선 작은 질그릇 항아리에 산초가루가 가득하다. 산초는 향기다. 독특한 향기에 호불호가 갈려 넣지 않는 이도 있지만 미꾸라지나 생선 비린내를 잡는 데는 산초만.. 코스모스 요즘은 가을이랄 것도 없이 코스모스가 핀다. 아니 코스모스를 닮은 꽃들이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익숙한 것이 좋고 어린 시절에 봤던 꽃이 눈에 띈다.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곱씹듯 나에게 코스모스 꽃이 그렇다. 이른 아침, 호미를 들고 나가 학교 길을 따라 코스모스 모종을 심고 개울물을 조루에 담아 물 주는 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그렇게 공들 들여 유심히 보며 정이 들었던 꽃이라 그런지 코스모스는 다른 꽃과 달랐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꽃. 들꽃을 마구잡이로 꺾어 들고 다니던 나는 코스모스 꽃송이가 하나만 떨어져도 안타깝고 누구 짓인지 탓하고는 했었다.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는 가을이면 하늘은 높고 맑았다. 한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생각하.. 벌개미취 벌개미취 꽃을 보며 참 행복하다. 날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며 찍을 때는 몰랐던 손님들을 보니 반갑다. 슬며시 찾아든 손님. 나비, 잠자리, 그밖에 곤충들로 벌개미취 꽃이 더 풍성해지면서 뭐랄까 더 귀한 사진이 됐다. 벌개미취는 쑥부쟁이보다 더 다부지다. 쑥부쟁이가 여리 여리하다면 벌개미취는 단단하고 꼿꼿하다. 벌개미취 꽃은 두툼한 책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걸음걸이를 바로 잡는, 반듯한 자세로 또각또각 걷는 아가씨 같다. 꽃봉오리가 맺힌 꽃대가 얼마나 야무진지 잠자리가 싸리나무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듯 안정감 있고 편안해 보인다. 꽃잎 위에 앉은 노린재(?)는 먼산바라기를 하며 명상에 잠긴 듯 한없이 고요하기까지 하다. 벌개미취 꽃이 주는 넉넉함이다. 벌개미취 꽃이 피기 시작하면 거의 날마다 찍다시피 해..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