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요즘은 가을이랄 것도 없이 코스모스가 핀다. 아니 코스모스를 닮은 꽃들이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익숙한 것이 좋고 어린 시절에 봤던 꽃이 눈에 띈다. 좋은 기억이든 안 좋은 기억이든 곱씹듯 나에게 코스모스 꽃이 그렇다.
이른 아침, 호미를 들고 나가 학교 길을 따라 코스모스 모종을 심고 개울물을 조루에 담아 물 주는 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그렇게 공들 들여 유심히 보며 정이 들었던 꽃이라 그런지 코스모스는 다른 꽃과 달랐다.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런 꽃.
들꽃을 마구잡이로 꺾어 들고 다니던 나는 코스모스 꽃송이가 하나만 떨어져도 안타깝고 누구 짓인지 탓하고는 했었다.
코스모스가 줄지어 피는 가을이면 하늘은 높고 맑았다. 한없이 맑은 하늘을 보며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생각하곤 했다.
되고 싶은 것은 하늘처럼 맑고 높아서일까. 여전히 하늘은 푸르고 맑은 가을인데 되고 싶었던 나는 없고 일상만 남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