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 연산군묘 바로 앞에 있는 은행나무 보호수1호는 수나무다. 연산군묘에서는 은행나무를 지그시 내려다 볼 수 있다. 은행나무 전체를 보기는 원당샘이나 원당정이 낫다.
아파트와 주택가가 바로 옆에 있어 은행나무를 찍으면 배경이 어수선하다. 은행나무 전체를 담기가 쉽지는 않다. 사방이 다 막혀 있어서 그런지 실력 탓인지 사진이 지저분하다.
은행나무 보호수1호를 보며 순환을 생각한다. 잎이 나고 자라면서 푸른 잎이 노랗게 변하다 된서리를 맞고 한꺼번에 은행잎이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나무가 쓸쓸해 보인다.
치료 받은 자리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기우는 몸을 여러 개의 지지대로 버티고 선 모습은 안쓰럽다. 그 모습이 고단해 보여 보내 줘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사는 것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지는 않을지. 은행나무를 살리려 애쓰는 모습에 그래야지 싶다가도 사람 욕심이 은행나무를 죽지도 못하게 하는구나싶다.
일주일에 닷새를 보는 나무가 늘 새롭다. 그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다짐을 한다. 사는 동안 내 색깔대로 잘 살아야지 잘 살자. 나도 잘 살아내자. 하늘바라기를 한다.
살다보면 은행나무처럼 눈부시게 환한 날도 있을 것이다. 묵은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 가고 새 잎이 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새날을 다른 어떤 날을 기대하기도 한다.
원당샘에서 보는 은행나무 보호수 1호는 수나무라서 암나무를 중간에 넣었다. 꽃이 폈다 지고 열매를 맺고. 때로는 암수에 어우러짐도 좋지 않을까싶어서다.
그러고 보니 은행나무 보호수 1호가 있는 주변에는 은행나무가 없다. 마가목이 여러 그루 있고 매화나무, 자귀나무, 잣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다.
사철나무, 화살나무, 주목이 은행나무를 빙 두르고 있고. 봄이면 매화향이 주변을 채우고 마가목에는 구름 같은 꽃이 내려앉는다. 자귀나무에선 깃털 같은 분홍 꽃이 핀다.
벌써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날 좋은 날은 서기를 하듯 주변이 더 환해진다. 샛노란 은행잎은 며칠 그렇게 화려하게 눈이 부시다 된서리를 맞고 떨어져 내리는데.
낙엽 진 바닥에 즐비한 노란은행잎도 찬란하다. 오래된 나무는 범접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요즘엔 은행나무에서 이상한 징조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