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거북꼬리
좀깨잎나무인 줄 알고 찾아보다가 일단 키가 좀 작은 나무는 아니라서 비슷하다는 여러살이 풀인 풀거북꼬리를 검색했다. 백과사전과 사진을 둘러보니 풀거북꼬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일단 내가 본 풀거북꼬리 꽃은 북한산 둘레길에서 물봉선화 옆에 고만한 키 높이에서 피고 있었다. 씨방이 맺힌 모습은 도봉산 밑 무수골에서 찍은 사진이다.
좀깨잎나무 잎처럼 풀거북꼬리 잎도 어린잎은 나물로 먹으며 껍질에서 섬유를 뽑는다고 한다. 내가 본 풀거북꼬리는 내 무릎 높이 만큼에서 팔뚝만큼 긴 줄기를 늘이며 꽃이 피고 있었다.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던 꽃은 연두색을 약간 푼듯한 아이보리색이었다. 나무 그늘 밑 보라색 물봉선화 옆에서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긴 봉처럼 환하게 눈길을 끌던 꽃이 풀거북꼬리 꽃이었다.
북한산 둘레길에서 풀거북꼬리를 보며 아주 옛날 우리 엄마 나물 보따리에도 풀거북꼬리 잎이 담겨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 엄마 나물 보따리에는 설성산 봄나물은 다 담겨 있었다.
설성산이 푸릇푸릇 물이 오를때쯤이면 엄마는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긴 앞치마를 두르고 설성산을 오르셨다. 터질 것 같이 부푼 앞치마에는 갖가지 나물과 함께 꿩 알도 서너 개 담겨 있었다.
풀거북꼬리 새순도 설성산의 봄나물처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북한산 둘레길에서는 나물을 뜯는 이를 만날 수 없다. 곳곳에 둘러친 울타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북한산엔 차도처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따로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