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풀
북한산 둘레길 초입 나무 그늘 밑에서 반짝반짝 피는 꽃이 파리풀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늘 밑에 잘못 터를 잡은 타래난초가 힘없이 폈나 했었다.
파리풀이란 걸 알고는 꽃잎이 파리를 닮았구나 했었는데 에프킬라처럼 파리를 잡는데 썼다고 한다. 밥에 비벼 놓거나 종이에 발라 파리를 잡았다고. 그러고보니 늘 그랬던 옛날 우리 집이 떠올랐다.
파리 모기가 들끓던 여름이면 내가 싫어했던 우리 집 풍경 중에 하나가 그때는 집집마다 그랬던 것 같다. 방치된 듯 놓여 있던 사기그릇 흰 쌀밥 위에 새까맣게 앉아있던 파리와 천장에 줄줄이 늘어져 있던 누렇게 바랜 종이었다.
장은 멀고 산이 가까웠던 우리 집 뒷산에는 지천이었을 파리풀을 뜯어 봉숭아를 빻듯 빻아 밥에 비벼 파리를 잡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풀을 발라 놓은 누렇게 바랜 종이에도 이미 죽고 말았을 까만 파리똥까지 보태졌을지도.
파리풀은 보통 한해살이 풀인 들꽃과는 달리 다년생이다. 북한산 둘레길 그곳을 지날 때면 해마다 볼 수 있었던 꽃이 파리풀이다. 제 이름처럼 파리만 한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작다. 가는 줄기를 기둥삼아 꽃이 지면서 위로 올라가며 핀다.
사랑스러운 파리풀은 꽃이 피면서 눈에 띈다. 키는 손바닥 길이만큼 크고. 잎은 받침대처럼 밑에 붙어 있다. 파리풀이 있는 곳은 어두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반짝이는 꽃을 찍었다. 나무 그늘 밑에서 밤하늘에 별처럼 눈길을 끄는 꽃이 있다면 파리풀이다. 파리풀의 꽃말은 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