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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포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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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걷다 보면 포도나무가 앞마당에 늘어져 있어 보면 머루나무다. 지금, 우리 동네는 포도나무보다 머루나무가 더 많다. 한겨울에도 어느 댁 마당엔 머루가 마른 채로 달려 있다. 머루나무를 먹거리보다는 멋스럽게 관상용으로 심어 놓은 것이다.

 

우리 집 뒤뜰에 있던 포도나무는 사남매의 군것질, 알아서 따먹는 먹거리였다. 장독대가 있던 뒤뜰에는 향나무 울타리를 따라 지붕 위로 얼금얼금 철사로 짠 포도나무 지지대가 있었다. 굵직한 가지에서 나온 넝쿨이 지붕을 타고 올라가고는 했다.

 

그 포도나무에 포도가 열리기 시작하면 부엌 뒷문을 열고 뒤뜰로 드나들며 포도가 익을새 없이 따 먹었다. 그늘 진 나무 밑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제는 보지 못했던 포도가 까맣게 익어 있고는 했다. 포도나무 밑으로 스며드는 햇빛이 눈부시게 예뻤다.

 

거뭇거뭇하게 익어가는 포도송이를 손톱으로 잘라 손에 들고 따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거뭇거뭇하게 익어가는 포도를 언제 따먹을까 고민 했었다. , 딱 먹을 만큼 익어가던 포도였다. 우리 집 뒤뜰에 있던 아버지가 심어놓으신 그 포도나무 같은 포도나무가 있어 반가웠다.

 

어느 댁 담장 안에 옛날 고향집 뒷마당에 있던 그 포도나무처럼 그렇게 포도가 달려 있었다. 그 댁에도 우리 사남매 같은 아이들이 있는 모양인지 익은 포도알만 쏙쏙 따 먹은 흔적이 있다. 우리 사남매도 그랬었다. 포도꽃은 함께 폈을 텐데 햇빛 때문인지 한 송이에서도 익는 속도가 달랐던 포도알이다.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그런 건지 옛 풍경을 만나면 반갑다. 너른 포도밭 포도나무 밑에서 친구와 따 먹던 그 포도만큼은 아니어도 시큼하면서 달콤했던 그 어설픈 포도 맛이 그리운 날이다. 포도나무 가지를 스칠 때마다 얼굴에 걸리던 거미줄, 그때 나뭇가지 색 거미는 부지런하기도 했다. 포도나무에는 늘 끈적한 거미줄이 있었다.

 

포도나무꽃이 폈다 지기 시작하면 좁쌀 같던 포도알이 콩알만 해지고 그때부터 우리 사남매는 포도나무 밑을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투박하기만 하던 포도알이 유리구슬처럼 맑아지기 시작하면 아직은 아린 포도를 하나씩 따먹기 시작했다. 눅눅하던 포도나무 밑에는 사남매 발자국으로 풀도 자라지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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