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을 전부 하루나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 엄마는 텃밭에 있던 푸릇푸릇한 하루나를 뜯어 겉절이를 무쳐주시고는 했다. 삶아 무치기보다 툇마루에 걸려 있던 통마늘을 까서 돌절구에 찧어 먹을 때마다 무쳐주셨다.
그 하루나꽃이 제주도에서 말하는 유채꽃이었다. 닮은 꽃이었나 싶었는데 텃밭에 몇몇송이 하루나꽃이 제주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온통 찬란하게 펴 있던 유채꽃이라는 걸 꽃 사진을 찍으면서 알았다.
텃밭에 있던 하루나꽃에는 개미와 딱정벌레 그리고 벌들이 앉아 있다. 이른 봄 푸성귀가 입맛을 돋우는 먹거리로도 좋지만 그 노란색과 꽃향기는 많은 곤충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한두 송이 꽃에서 향기는 잡지 못했는데 노란 꽃 색 때문인지 꿀샘에 꿀이 넉넉한 것인지.
유채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엄마가 부르셨던 하루나라는 그 이름이 정겨워 하루나꽃이라고 이름을 부르기로 한다. 봄나물을 뜯듯 하루나를 뜯는 건 내 몫이었다. 대바구니 가득 하루나를 뜯는 날은 우리 집 밥상이 푸짐해지곤 했다. 하루나를 무친 겉저리에 강된장을 넣고 들기름을 한 숟갈 넣고 비비는 날은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 하루나가 밥상에 올랐던 그 옛날 우리 집 밥상이 그리운 날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느긋한 날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텃밭에는 하루나로 시작해 상추, 쑥갓, 아욱, 실파, 풋파 없는 것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시장을 잘 가지 않는 습관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상추, 쑥갓을 비롯해 봄나물을 사는 일이 익숙하지가 않다.
유채꽃을 보며 기분 좋아지는 건 당연했던 모양이다. 그 때문에 ‘쾌활’이란 꽃말이 붙은 모양이다. 그렇게 뜯어먹었어도 텃밭에서는 노랗게 하루나꽃이 피곤 했다. 그렇게 핀 꽃이 지고 씨방이 영글면 그 씨를 뿌리시곤 했다. 종묘사에서 사서 심기보다 그해에 거둔 열매가 대를 잇곤 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