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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털수염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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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수염풀꽃

 

그때는 털수염풀꽃을 보고도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둘레길에 핀 꽃을 보며 털수염풀꽃이구나 했다. 밤송이처럼 곤두선 줄기 끝에 거친 가루가 붙은 듯 핀 꽃이 얼마나 반가운지.

 

털수염풀꽃 꽃말을 알고 싶어 찾아보다가 산길에 곱게 빚어 놓은 긴 머리카락 같은 털수염풀을 화분이나 화단에서 키우는 것을 보며 산길에 대한 그리움을 그렇게 달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북한산 둘레길에는 하늘을 찌를듯한 커다란 참나무 밑에 털수염풀이 나무 밑을 빈틈없이 덮고 있다. 비탈진 곳에 축축 늘어진 털수염풀은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바쁠 때는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쓰다듬거나 여유가 있을 때는 세 갈래로 나눠 길게 따주곤 한다.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녀서 그랬을까. 그때는 매끈한 털수염풀이 참 많았다. 일찍 꽃이 폈다 지고 난 한여름에는 잎이 축축 긴 생머리처럼 자란다. 산길 참나무 밑에는 개미집이 있을까 겁이 나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털수염풀이 많았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산길이 그리운 요즘이다. 도마뱀이 후두둑 지나가는 산길. 풀숲에는 뱀에 물릴까 붉은 불개미 집이라도 밟을까 겁을 내며 살피며 걷던 그 산길이 그리운 날이다. 무섭도록 깊고 푸르러 어둡기까지 한 산길이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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