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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물봉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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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계곡에도 물봉선화가 있었다. 나무그늘 밑, 눅눅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느 해 추석 연휴 끝에 의정부를 지나 어느 물가,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다 물봉선화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금방 비를 맞은 듯 흠뻑 젖어 있던 물봉선화 꽃이 예쁘기도 하면서 젖은 모습이 애처로워 한참을 바라봤다.

 

나무 그늘 밑, 물이 늘 흐르는 계곡,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어쩌다 내려앉는 뽀송뽀송함과는 거리가 먼 그런 곳에.

 

물봉선화가 참 환하게 피어 있다. 산길을 걷다 슬슬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쯤 물봉선화가 확 무더기로 눈에 띈다.

 

이런 곳도 살만하다는 듯. 푹 젖은 모습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기도 닦지 못한 채 환하게 괜찮다고 웃고 있는 물봉선화.

 

<추신> 단체 사진을 찍듯 한꺼번에 모아 찍어본 사진이다.  사진은 비워야한다는데 꽃을 찍다보면 화면을 꽉 채우고 싶어 안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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