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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많은 것이 또 있다. 고마리다. 잎이 까실까실해 맨 종아리라면 그 잎에 쓸리고 말 것이다. 스윽 상처를 입고 만다.
개울가를 따라 고마리 잎이 무성해서 뱀이 무서워 선뜻 개울물에 들어가지를 못했었다. 장화를 신고서야 물가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성한 잎에 주눅이 들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개울가가 환해진다. 잎 속에 뭐가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예뻤다.
고마리는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꽃이 핀다. 철판 같은 파란 잎에 구슬처럼 모여 있다가 팝콘이 터지듯 꽃이 부풀듯이 핀다.
개울가에서 보던 고마리가 우이천에도 꽉 찼었다. 우이천에는 미나리꽝에 있던 미나리처럼 고마리가 푸르게 꽉 채우고 있었다.
우이천은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는 통에 고마리가 수난을 겪어도 잘 살아남던 고마리는 된서리를 맞고 우이천이 텅 비면서 겨울이 시작된다.
우리 동네 개울가에 있던 고마리는 울긋불긋 얼룩덜룩한 꽃이 더 예뻤다. 고마리 꽃이 피기 시작하면 사람이 가꾼 꽃밭이 부럽지 않았다.
색을 걸러내기라도 한 것인지. 요즘 피는 고마리 꽃은 순백에 꽃이기도 하고 희끄무레한 엷은 분홍색 그 보다 더 엷은 살색이 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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