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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무, 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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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김장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포기 배추와 함께 땅속에서 김장 무도 실해진다. 무 하나를 뽑으면 혼자 먹기 버거울 정도다.

 

그때는 그랬다.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허기질 때면 어느 댁 밭고랑에서 무 하나를 뽑아 무청은 잘라 밭고랑에 버리고는 팔뚝만한 무를 밭둑에서 말라가는 풀에 쓱쓱 닦아서는 이빨과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가며 파란 부분부터 깨물어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 먹지 못한 무는 벼를 베고 난 텅 빈 논에 던져버렸다. 남의 집 밭에 무도 우리 집 무라도 되는 듯 누구나 그렇게 뽑아먹었다.

 

 

흙에서 드러난 뽀얀 무가 참 많았었다. 그야말로 밭 가득 무만 있었다. 짠지도 담그고 김장속도 만들고 남은 무는 움 속으로 들어갔다.

 

그 무도 꽃이 핀다는 것은 한참 지난 뒤에 알았다. 장아리 꽃이 무꽃이라는 걸.  지금도 정말 그 꽃이 무꽃이 맞는지 의심을 하곤 한다.

 

제 때 뽑아먹지 못한 열무에서는 꼿꼿하면서도 실한 꽃대가 올라왔는데 꺾어 껍질을 벗겨 찔레 순처럼 먹으면 달착지근하니 맛있었다.

 

남아있는 무순에서는 연보라색 꽃이 나비처럼 나풀나풀 바람 따라 흔들리곤 했다. 나비도 꽃인 듯 꽃도 나비인 듯 그러다 통통한 씨방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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