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마가목

728x90

주홍색으로 익어가는 마가목을 며칠째 찍어도 건질만한 사진이 없다. 나무가 너무 높아 올려다보고 찍어서 그런지 흐릿하다.

 

높은 나무를 올려다보느라 고개를 뒤로 젖혀서 그런지 요즘 어깨에 보태 목까지 삐걱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열지 않는 마가목.

 

 

 

 

그냥 있는 그대로 그냥 부족한 그대로 올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욕심이 슬그머니 누그러졌다. 내가 본 그 풍경은 포기한 것이다.

 

그 반짝반짝하는 마가목 열매를 담아보려 애썼는데 실력부족으로 날마다 그 모습이 그 모습이었다. 그도 괜찮다고 날 위로한다.

 

마가목 열매가 내일 있을지 없을지도. 오늘 본 그 모습이 아닐 수도 있는데. 염려 때문인지 사람 손이 덜 타는 꼭대기만 남아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만 열매가 제대로 영그는 것인지도. 정말 나무 꼭대기에만 남아 붉게 빛나고 있다. 내년에 찍어 보기로 한다.

 

적당한 크기의 마가목은 보호수 은행나무 1호 옆에 여러 그루가 있다. 자주 다니는 길이라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흰 꽃이 부케처럼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붙어 있더니 열매도 묶어놓은 듯 달려있다. 꽃이 필 때는 눈높이에서 마주보기 좋았었다.

 

몇 해를 꽃만 찍던 마가목을 새싹이 나는 모습도 찍고 꽃처럼 예쁜 연두색 여린 잎까지 찍었다. 1년 내내 날마다 보는 기분이었다.

마가목은 아카시아 잎처럼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놀아도 될 만큼 잎이 많이 달렸다. 아이들 손이 미치지 않을 만큼 커서 다행이다.

 

향기가 없었나. 하얀 꽃을 보며 향기를 더듬어 봐도 거짓말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인상 깊게 남을 만한 향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북한산에서 흘러온 바람이 창가에 머물면서 북한산을 불러오듯 어쩌면 큰 나무라서 나무 밑에서보다는 멀리서 잡아야 할 향기인지도.

 

728x90

'사진을 찍고 > 꽃 벤자민 버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 무꽃  (2) 2022.10.18
새콩  (2) 2022.10.14
모과  (2) 2022.10.13
산딸나무  (0) 2022.10.12
악마의 나팔꽃  (0) 2022.10.10
천사의 나팔꽃  (0) 2022.10.09
부들  (0) 2022.10.08
일본매자나무  (0)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