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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나팔꽃은 하늘을 향해 꽃이 핀다. 밤송이 같은 씨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지 아니면 하늘을 향해 나팔을 부는 모양이라 그랬는지.
하얀 꽃에 붙여진 이름, 악마의 나팔꽃을 다시 생각해 본다. 땅에 들끓는 소리가 오죽해 악마의 나팔꽃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싶기도 하다.
땅이 없는 보도블럭이 깔려진 골목길만 다녀서 그런지 내가 본 악마의 나팔꽃은 대부분 화분에서 봤다. 비가 오면 빗물이 고일 것만 같다.
오늘 악마의 나팔꽃을 다시 만나기 전까지 밤송이 같은 씨방을 착각한 줄 알았다. 밤송이 같은 푸른 씨가 마른 것을 보니 피마자 씨 같다.
향기가 짙은 백합꽃과는 달리 사진을 찍으면서 향기를 잡지 못했다. 코를 가까이 대고 맡아볼 걸 하는 후회를 한다. 서둘러 찍느라 놓쳤다.
아직 사람이 오가는 길이나 남의 집 앞이나 가게 앞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불안해서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 사진이 흔들리거나 지저분하다.
한참을 바라보며 한참을 살펴보고 향기도 잡고 열린 부분을 찾아가며 찍어야 그나마 사진이 깔끔한데. 마음이 앞서면 사진에 어김없이 드러난다.
악마의 나팔꽃 씨는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또 그 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서툰 사진을 그냥 올리기로 했다. 그야말로 악마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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