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19) 썸네일형 리스트형 밤나무 밤나무에 대한 기억은 풍요로움이다. 밤이 아람이 불 무렵이면 먹거리가 참 많았다. 6월 초부터 밤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6월 둘째 주, 그 무렵이면 온 산이 새하얗다. 산을 꽉 채우다 바람 따라 실려 온 밤꽃의 비릿한 냄새가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우리 동네는 밤나무가 아주 컸었다. 그래서일까. 꽃을 제대로 본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작은 밤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볼 때면 꽃 같지 않은 맹충이 같은 꽃을 찍고는 한다. 밤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밤을 줍다가 시원찮으면 장대를 들고 나뭇가지를 때리기도 하고. 산밤은 도토리보다 아주 조금 더 크다. 금방 떨어진 밤은 윤이 반짝반짝, 벌레 걱정은 없다. 겉껍질은 이로 깨물고 속껍질을 손톱으로 벗겨먹고는 했는데 오독오독 씹는 맛이 고소했다. 밤송이를 신발로 문대고.. 수레국화 5월, 골목길에서 화분에 핀 수레국화를 찍은 사진을 보며 하늘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수렉국화 꽃술을 보고 꽃잎을 보며 마차바퀴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꽃을 보며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처음 꽃 사진을 찍으면서 눈으로 볼 때와는 달라 참 황홀했었다.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꽃술의 모양, 꽃잎의 생김새가 경이로웠다. 그 말 외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수레국화를 처음 찍은 사진도 꽃술만 보며 위에서 내려다본 사진이다. 꽃술이 얼마나 예쁘던지.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그렇게 꽃술만 찍다가 꽃술에서 넓혀 꽃잎까지 가운데로 콕 박았다. 지금은 꽃을 본다.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고 어디있는지도 보고. 빛이 강한지, 약한지... 감자꽃 하지는 아직 이십 여일 남았다. 그 때문인지 감자 꽃이 하얗다. 감자 꽃에 벌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닌다. 감자 꽃이 나비만 같다. 나비 같이 핀 감자 꽃을 보며 아주 오래 전에 본 열매를 떠 올린다. 하지감자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인지 그런 감자가 따로 있는 것인지. 갓 캐어 찐 보슬보슬한 감자를 떠올린다. 녹말가루가 툭툭 터져 있던 감자. 입천장이 데는 줄도 모르게 먹던 감자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감자 꽃을 보며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으로 찐 감자를 떠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달력을 보며 하지에 캔다는 감자가 떠올라 달력을 넘겨본 것이다. 보라색에 줄무늬 보라까지. 감자 꽃은 감자 색깔마다 꽃 색깔이 다른 걸까. 텃붙인 사진 : 내 기억이 맞았다. 운도 좋았다. 하얀 감자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열.. 수련 얼음이 풀리기 시작하는 원당정에 동전처럼 동동 뜬 잎은 수련이다. 수련이 연못을 빈틈없이 채우기 시작하면 아직은 쌀쌀한 초봄이다. 어느새 봄 같지 않은 따뜻한 햇살이다. 꽃봉오리는 언제 맺혔을까. 원당정에 수련 꽃이 피기 시작했다. 칙칙하기만 했던 연못이 화사하다. 수련 꽃은 꿀로 벌을 불러 모으고 향기로 오가던 사람발길을 붙잡을 것이다. 가물었던 걸까. 어느 해는 수련 꽃에 벌보다 진딧물이 더 많았었다. 가물면 가뭄을 견뎌내고 비가 오면 비를 견뎌내는 모습이 애처롭다. 날이 좋을 때는 비행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연못에 벌들로 꽉 찬다. 야무진 꽃술에 꽁지만 내민 벌들을 보며 향기만큼이나 꿀도 달콤하구나한다. 이전 1 ··· 84 85 86 87 88 89 90 ··· 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