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420)
아욱 꽃 주말농장에서 핀 아욱 꽃이 신기했었다. 뚝뚝 줄기를 끊어 박박 문대 된장국을 끓였던 그 아욱도 꽃이 있었던 것이다. 줄기사이를 비집고 핀 흰 꽃이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쭉쭉 클 새 없이 줄기를 잘라 꽃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람 입맛도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마음껏 심어 아욱을 다 먹지 못한 것인지. 웃자라고 세서 쪼그라든 잎 사이로 꽃이 점점이 폈다. 실한 줄기와 넓적한 잎과는 달리 꽃은 아주 작다. 잘 보이지도 않는 꽃과는 달리 향기가 좋은지 배추 흰 나비가 날아들었다. 완두콩보다 작아 바짝 다가앉아야 하얀 꽃을 볼 수 있다. 키다리가 된 아욱이 가득 찬 밭에 날아다니는 배추 흰 나비가 꿈결 같다. 주말농장에 배추 흰 나비가 아욱 꽃보다 예쁘다. 날이 을씨년스러워서 그럴까. 엄마가 ..
김장 배추,무 배추, 무로 꽉 찼던 주말 농장이 텅 비었다. 배추를 도려내고 난 자리엔 우거지가 즐비하다. 우거지를 먹을 소가 없어서다. 11월 중순부터 김장이 시작된다. 배추, 무가 얼기 전에 김장을 해서 마당을 파고 독을 묻는 대신 김치냉장고를 꽉 채우는 것이다. 마당이 없어지면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집집마다 돌아가며 김장을 하던 떠들래한 잔칫날 같은 풍경은 사라지고 가족들의 연례행사다. 배추를 사서하다 이젠 절인 배추를 사서 무채에 갓, 파, 마늘, 고춧가루에 젓갈로 양념해 배추 속을 켜켜이 넣어 통을 채우면 김장 끝이다. 김장하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먹던 가마솥에서 삶은 돼지고기는 절인 배추 잎에 올려 양념 속과 함께 싸 먹으면 새우젓에 먹던 그 맛과는 또 달랐다. 빨갛게 물든 양념 속을 넣어 꼭꼭 여민 배추를..
둑새풀 둑새풀은 우리 아버지다. 집 앞에 너른 논이 떠오르고 똥 찌게를 지고 오르내리시던 젊은 아버지가 풍경처럼 떠올랐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둑새풀을 보면서 늘 고단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었던 둑새풀. 북한산 둘레길 주말농장에 벼를 싶었던 논에 둑새풀이 모내기한 벼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얼마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그랬다. 논두렁길을 걸으며 학교를 갈 때면 그 넓은 논에 어느새 둑새풀이 빈틈없이 꽉 차곤 했었다. 늘 그러려니 했었던 풍경. 익숙했던 풍경이 사라지고 젊은 아버지 모습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여전히 잘 견디고 계시는 아버지 생각을 한다. 누구라도 늙고 병드는 것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먹고 살 걱정을 덜고 나니 병만 남더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늘..
털별꽃아재비 누구나 이 사진을 보면 "털별꽃아재비구나!" 제 이름답다 하지 않을까.  주말농장에서 찍은 사진을 첨부하면서 스스로 흡족하다.  더구나 바람이 후 하고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씨방이 맺혀있다.  2024년 10월 9일 오늘 찍었다.  털별꽃아재비는 어디서나 핀다. 가로수 밑에서도 피고 보도블록 틈에서도 피고 산길에서도 피고 들길에서도 핀다.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있다. 환해서 보면 털별꽃아재비다. 푸른 잎 사이에 점점이 핀 꽃이 정말 밤하늘에 별 같다.  희뿌옇게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때 밤새 참다 변소를 가며 올려다본 밤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이 피는 꽃이 털별꽃아재비다.  내복 바람에 한기와 함께 시리게 다가오던 샛별, 털별꽃아재비는 그런 꽃이다. 털별꽃아재비가 자리 잡은 곳은 척박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