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20) 썸네일형 리스트형 털수염풀 이름을 알고 나니 옛날 인물도에 나오는 긴 수염이다. 단풍이 든 듯 누렇게 변해가는 털수염풀을 보니 더욱더 그 인물도의 수염이다. 긴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따 내리듯 털수염풀을 손가락빗으로 슥슥 빗어 따기 놀이를 하며 나무 밑에 앉아서 놀았다. 산길을 걷다가 보이는 털수염풀은 전부 땄던 것 같다. 장난에 발동이 걸리는 날은 털수염풀을 사람 발이 걸리기 좋게 묶어 놓았다. 아이들이 자주 가는 뒷동산이나 학교를 가는 길에 털수염풀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 길을 걸을 때면 뒤가 구려 살피며 걷고는 했다. 털수염풀이 탐스럽게 많았던 곳은 개미집이 있었다. 벌보다 겁났던 불개미가 털수염풀 사이를 바글바글 오르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털수염풀이 이렇게 거칠었을까. 손가락빗으로 빗으니 까끌까끌, 손가락에 상처가 날 것.. 강낭콩 강낭콩은 딱 한 때 그 무렵에 풋콩으로 밥에 놓아먹던 울긋불긋한 콩이다. 겨울에 주로 먹던 검정콩밥과는 달리 푸실푸실 했다. 강낭콩은 한꺼번에 익었는지 소쿠리로 한가득 따오셨다. 마루에 앉아 강낭콩 껍질을 벗겨 반들거리는 강낭콩을 박아지에 담았는데. 한 소쿠리를 까놓은 강낭콩은 반타작도 되지 않아 강낭콩 밥을 두어 번 해 먹으면 그만이었다. 딱 그때만 먹을 수 있던 강낭콩이다. 강낭콩을 까며 강낭콩보다는 껍질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도톰하고 찢어지지 않은 껍질을 적당한 크기로 골라 모아 놓았는데. 껍질을 다 까고 나면 모아 놓은 껍질로 반을 접어 네 장을 연결해 딱지를 만들기도 하고 방석을 만들며 시들 때까지 가지도 놀았다. 촉감 좋은 껍질이 색깔도 예뻐 마루 한쪽에 쌓아놓았다가 마루가 좁게 펼쳐놓고 놀.. 수호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청심천이 허룩하게 텅 비었던 겨울, 여름에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웠던 나무 밑이 푸릇푸릇 한여름 같았다. 옛날, 옛날 효심이 가득한 아들이 엄마를 위해 눈 쌓인 산속에 들어가 산딸기를 따왔다는 이야기가 전설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웅덩이처럼 우묵하면서 넓고 아득한 자리에 햇빛이 들어서 그런지 수호초가 새파랗다. 도톰하고 짙은 잎이 언 기색이라고 없었다. 겨울에 본 수호초를 보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그 자리에 가 봐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꽃봉오리가 맺히는 것도 철이 없는 듯하다. 봄, 여름엔 청심천이 온통 푸르러 어두운 나무 밑에서 수호초가 눈에 띄지 않다가 낙엽이 지는 가을부터 수호초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숲이 우거졌다가 텅 비기를 반복해도 그곳은 수호초로 꽉 차 있.. 플라타너스 프라타너스 묵은 열매가 새순이 나오는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 빈 가지에 방울만 덜렁대던 겨울과는 또 다르게 멋스럽고 예쁘다. 프라타너스 나무가 너무 높아서 일까. 방울 같은 열매가 아이들 손을 피해 한해를 넘기고 콩알만 한 새 방울과 함께 달려있다. 학교운동장에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는 손가락만한 맹충이가 툭툭 떨어지고 나면 왕 구슬만 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었다. 까치발을 뛰어 따기도 하고 껑충껑충 높이뛰기를 하기도 하며 나무를 타고 올라가 실처럼 질긴 방울을 따서 제기차기를 했다. 공기놀이를 하듯 가지고 놀던 플라타너스 열매를 놀이가 끝날 쯤엔 공차기를 하고 놀아 밟은 열매가 털 뭉치처럼 흩어져 날렸다. 낙엽같이 누런 열매가 여린 새순과 함께 콩알만큼 작은 제 새끼와 같이 나무에 달려 있는 모습을..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