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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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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며 참 이름도 잘 지었구나한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꽃모습이 그랬다. 조를 공중에 흩뿌려놓은 것 같은 모습, 이름값을 하는 걸까. 조팝나무를 처음 본 것은 논두렁에서였다. 그러고는 산에도 들에도. 어디에서나 있었다. 담장에도 공원 울타리에도. 지금은 닳아빠진 빗자루 모양으로 피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르다 꽃 무게에 늘어지는 고향에 그 조팝나무와는 다른 모습이다.
주목나무 찻길 옆 주목나무에 꽃이 폈다. 그냥 돌아설 수는 없어 핸드폰으로 찍었다. 이 나무와 나와의 인연이, 그렇게 어설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동네 골목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검푸른 나무에 서기를 하는 빛을 따라가 보니 주목나무에 붉은 열매가 성탄 추리를 달아놓은 듯 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 예쁜 모습을 담고 싶어 수십 장을 찍으며 애를 썼다. 똑같은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보다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벚나무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봄은 절정이다. 겨울옷을 벗고 꽃길을 따라 걸으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꽃소식을 전한다. 꽃이 지고 버찌가 까맣게 익기 시작하면 입술이 새까맣도록 버찌를 따 먹기도 했다. 단풍도 참 고아 걷기에 이만한 길이 드물다.
종지나물 제비꽃이 활짝 피고나면 피기 시작한 꽃은 여름까지 핀다. 이른 봄 들판이나 산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제비꽃과는 달리 주로 화단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람이 키운 꽃이다. 처음 봤을 때는 세월 따라 제비꽃 돌연변이쯤으로 생각했다. 화단에 들어앉은 꽃은 갓 시집 온 새댁들이 속삭이는 듯하다. 둥근 넓적한 잎이 땅을 덮어 잡초가 드물다. 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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