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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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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장나무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단풍처럼 고운 꽃을 보며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 찾아보았다. 누리장나무 꽃 인줄 알았던 건 누리장나무 열매였다. 봄을 기다려 그곳을 찾아갔다. 꽃봉오리가 축축 늘어지더니 꽃봉오리가 터지며 도마뱀 혀같이 꽃술이 늘어졌다. 꽃잎이 말라붙더니 손으로 빚은 도자기 같은 동그란 씨 받침이 단풍잎처럼 고왔다. 누리장나무는 꽃술이 지나치게 늘어진 흰 꽃보다 열매가 더 예뻐 눈길을 끈다. 북한산 둘레길 작은 숲에 누리장나무 흰 꽃이 폈는데 올해도 꽃봉오리가 맺혔겠다.
범부채 7월 20일 범부채 꽃이 피고 있다. 범부채 꽃은 야무지게 단단하게 핀다. 먼 곳에서 보면 캄캄한 방 안에 놓아 둔 형광처럼 주변까지 환하게 붉다. 참나리 꽃에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얼룩덜룩한 점 때문인지 모르겠다. 퍼지는 빛 때문일까. 범부채 꽃을 보면 어김없이 참나리꽃을 생각한다. 방학동 아파트단지에서는 화단에 나리꽃만큼 많은 것이 범부채 꽃이지 싶다. 범부채 꽃씨도 야무지다. 쪼그려 앉아 한참 보다가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꽈리 빵빵하게 부푼 풍선 속에 든 열매를 꺼내 씨를 빼고 난 후 꽈리를 불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이라 정말 꽈리였는지 어사무사했는데 요즘 꽈리가 많이 눈에 띈다. 하얀 꽃은 열매에 비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얀 꽃이 넓은 잎 사이에 파묻힌 듯 핀다. 꽃이 지고 맺힌 열매는 잎 색깔과 비슷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초록색 열매가 노르스름해지다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그 때야 꽈리가 있구나한다. 주황색 열매는 애니메이션에서 본 둥둥 떠서 밤을 밝히는 홍등 같다. 화단이 환하다. 화단에 낙엽이 지고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종이풍선 같은 주황색 꽈리는 잊고 있었다. 한겨울 화단에 얼금얼금 거미줄처럼 낡은 공 안에 보석같이 빛나는 것이 있어 보니 꽈리였다.
물양귀비 발바닥공원 연못에 하얀 꽃이 수련과는 달라 꽃 이름이 궁금해 짐작해 보며 검색을 했다. 위에서 내려다본 꽃술이 꼭 양귀비꽃을 닮아 있어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물양귀비란다. 꽃을 보고 꽃 이름을 알아가며 드는 생각은 꽃과 이름이 닮았다는 것이다. 참 잘 지었다. 산과 들, 물속에서도 닮은꼴은 이름이 같다. 국어책속에 영희, 철수가 여럿이었던 것처럼. 흐르는 것도 흐르지 않는 것도 아닌 연못 속에 물양귀비는 아이보리색, 하얗지도 노랗지도 않아서인지. 달밤에 달그림자 같다. 환한 것도 환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뭘까 하는 궁금증으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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