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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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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나 생일날 화분 하나가 선물로 들어왔다. 난타나라고 했다. 물만 주면 잘 큰다고. 지금은 화단이나 화분에 난타나가 참 많이 눈에 띄지만 그때 처음 만났다. 어쩌면 이젠 난타나를 알아서 어느 곳에 있든 난타나가 눈에 띄는지도 모르겠다. 새순이 나고 가지를 뻗으면서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핀다. 그러면서 나무가 커진다. 동글동글한 구슬 같은 열매가 맺히기 전에 지는 꽃을 따 주면 계속 꽃을 볼 수 있다. 꽃 색깔은 참 다양하다. 노랗게 단색도 있지만 보통 빨강, 주황 무지개 색 난타나가 많다. 가까이에서 보면 꽃잎 한 장 한 장이 꽃이 되고 그 꽃들이 모여 꽃 한 송이를 이루고 있다. 그 때문인지 빨강은 빨강대로 무지개를 떠올리게 하고 주황은 주황대로 무지개가 떠오른다.
쑥갓꽃 알싸한 향기가 나는 여린 쑥갓은 뜯어 쌈을 싸 먹는다. 그 알싸한 냄새는 쓴 맛이 없어서인지 쑥 냄새와는 다르다. 제때 뜯어먹지 못하고 남은 쑥갓은 무릎까지 크기 시작한다. 멈출 것 같지 않게 자라던 긴 줄기에선 꽃망울이 맺힌다. 노랗게 피기 시작하는 쑥갓 꽃은 꽃밭에 화초처럼 예쁘다. 제때 먹지 못한 먹거리가 피우는 꽃으로 텃밭이 환해진다.
상추꽃 상추꽃이 노랗게 폈다. 텃밭에서 제켜먹던 상추가 꽃대를 올리더니 꽃이 핀 것이다. 상추는 뿌리째 먹지 않는다. 잎을 제켜먹다가 뻣뻣하게 세면 그냥 두어 쑥쑥 큰다. 다음해를 위해서일까. 상추꽃이 노랗게 폈다지고 나면 날아갈 것 같은 꽃씨가 맺힌다. 종묘사에서 상추씨를 사기보다 그 해에 상추씨를 받아두었다가 다음해에 뿌리고는 했다. 씨를 넉넉하게 뿌려 쏙아 먹으면서 드문드문 남겨가며 한여름까지 상추쌈을 푸짐하게 먹었다. 초여름쯤 뿌린 상추씨는 상추가 귀한 가을, 밥상에 오르곤 했다. 그때 먹는 상추는 여름상추 맛만 못하다고.
풍선초 7월 초, 창문 살을 타고 오르던 덩굴에서 하얀 풍선초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하얀 풍선초 꽃을 보면 삭정이를 태운 불에 구워먹던 벼이삭이 떠오르곤 한다. 가을이면 누런 벼이삭을 잘라 불에 구워먹곤 했는데 터지는 모양이 꼭 그랬다. 논에서 뽑은 벼이삭에서 껍질 위로 튀어나오는 흰 튀밥이 꼭 풍선초 꽃을 닮았다. 튀밥 같은 흰 꽃이 지고나면 어린 아이가 입으로 부는 풍선처럼 크기 시작한다. 빵빵하게 부푼 풍선초는 터지지 않고 남아 하늘에서 겨울에도 황금색으로 빛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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