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고 (396) 썸네일형 리스트형 봉숭아 봉숭아가 봉선화란 걸 나중에 알았다. 내겐 손톱에 꽃물을 들이던 그 봉숭아가 더 친숙하다. 거름자리 옆에 있던 꽃밭에 봉숭아꽃이 피기 시작하면 엄마는 꽃을 따고 피마자 잎을 따셨다. 장마 지기 전 꽃잎을 따서 새들새들하게 말리시면서 무명실을 감기 좋을 만큼 끊어 놓으셨다. 댓돌에서 둥근 돌로 백반을 넣은 봉숭아를 빻아 피마자 잎으로 싸서 무명실로 묶어 주셨다. 밤새 욱신욱신하는 손가락과 발가락으로 잠을 설쳤다. 새벽닭이 울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손가락에 더 잘든 봉숭아물을 보며 실망했었다. 물들인 것도 잊을 때쯤 손톱이 예뻐졌다. 어느 해 잘라낸 봉숭아 곁가지를 주워 물들인 적이 있었는데 옛날 꽃물보다 잘 들어 놀랐다. 봉숭아 꽃물은 봉숭아 잎물 이었을까. 꽃물이 김치 국물이라면 잎물은 고추장 빛깔이었다. 맥문동 파랗게 난초 같은 잎이 화단을 꽉 채우더니 길쭉하게 꽃대를 올리고 있다. 맥문동은 보라색 구슬을 꽃대에 꿰고 있다가 꽃잎이 열리면서 꽃이 핀다. 나무 그늘 밑에 햇살이 들기 시작하면 빛을 받아 촛불을 켜 놓은 것 같다. 진초록 잎으로 어둑어둑 밤이 깊어지다가 달빛이 비치는 것처럼 환해진다. 맥문동 꽃은 홀로 피는 꽃도 예쁘지만 무리 지어 피면 꿈꾸는 듯 예쁘다. 해가 잘 드는 곳보다는 담장 밑이나 나무그늘 밑에서 무성하게 잘 자란다. 꽃이 필 때는 빛이 드는 느낌이다. 새까만 열매는 눈 속에서도 빛이 난다. 꼬리조팝나무 시골 그 개울가에서 많이 보던 꼬리조팝나무 꽃이 방학천에 폈다. 꼬리조팝나무 꽃을 꺾어 꽃집에서 사온 꽃처럼 교탁에 꽂고는 했다. 나무에서 꺾은 꽃이라 학교에 들고 가기도 좋고 화병에 꽂기도 좋았다. 분홍 꽃이 더 화사해 보였던 건 물방울 같은 꽃술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9월까지 꽃이 피는 꼬리조팝나무에는 나비가 앉고, 개미들로 진딧물이 낀다. 방학천에 꼬리조팝나무 꽃이 옛날 꼬리조팝나무 꽃처럼 여전히 참 예쁘다. 남천 7월 13일, 남천 흰 꽃잎에 노란 꽃술이 비에 흠뻑 젖어있다. 동글한 꽃봉오리가 수수처럼 늘어지다 종이풍선 터지듯 꽃이 핀다. 축축 늘어지며 피는 흰 꽃이 푸른 잎사귀에서 더 돋보이는 남천이다. 꽃이 지고나면 단풍이 붉게 물들면서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화단이나 길가에서 겨울에도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 남천은 붉디붉다. 착각인가 싶어 확인. 2021년 1월 16일, 빨간 단풍에 남천 빨간 열매가 참 곱다.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