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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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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물가에 많은 것이 또 있다. 고마리다. 잎이 까실까실해 맨 종아리라면 그 잎에 쓸리고 말 것이다. 스윽 상처를 입고 만다. 개울가를 따라 고마리 잎이 무성해서 뱀이 무서워 선뜻 개울물에 들어가지를 못했었다. 장화를 신고서야 물가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무성한 잎에 주눅이 들다가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개울가가 환해진다. 잎 속에 뭐가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예뻤다. 고마리는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꽃이 핀다. 철판 같은 파란 잎에 구슬처럼 모여 있다가 팝콘이 터지듯 꽃이 부풀듯이 핀다. 개울가에서 보던 고마리가 우이천에도 꽉 찼었다. 우이천에는 미나리꽝에 있던 미나리처럼 고마리가 푸르게 꽉 채우고 있었다. 우이천은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는 통에 고마리가 수난을 겪어도 잘 살아남던 고마리는 된서리..
명아자여뀌 주로 물가, 개울가에 명아자여뀌가 있다. 아주 작은 붉은 듯 희끄무레한 구슬이 꿀을 발라 붙여 놓은 듯 줄기에 붙어있다. 꽃인지 씨인지 늘 그렇게 흔하게 개울가에 있으려니. 볼품없는 꽃이 야무져 참새 먹이는 되려니 하며 딱히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물가에 앉아 무심히 바라보니 때가 되었던 것인지 꽃이 피고 있었다. 나태주 님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처럼 참, 예뻤다. 찍기는 쉽지 않았지만 아주 가까이 찍은 사진 속에 명아자여뀌의 꽃잎 밖으로 내민 꽃술이 꼭 된 서리가 내린 것처럼 맺혀있다. 참 많았다. 산이 깊고 물이 맑아서 그랬을까. 저수지 둑에도 저수지 물이 흘거가는 도랑에도 논두렁에도 명아자여뀌가 있었다. 발에 치이는 풀이 명아자여뀌였다. 잘 익은 수수처럼 축축 늘어져있던 명여자여뀌는 너무 많..
돼지감자꽃 해바라기만큼 키가 큰 돼지감자꽃은 구름이 예쁜 파란 하늘에 걸리면 그 어떤 꽃보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꽃대가 기둥처럼 굵은 해바라기와는 달리 돼지감자꽃은 꽃대가 바람 부는 데로 코스모스처럼 휘청댄다. 눈에 띄는 꽃과는 달리 돼지감자꽃 싹은 눈에 띄지 않아 몇 해를 벼르고 있다가 제법 큰 돼지감자싹을 찍었다. 꽃과는 달리 밋밋해서 돼지감자 싹이 맞을까 의심스러워 살펴봤다. 어린 티를 벗기 시작한 돼지감자 싹이 제법 실했다. 돼지감자는 어디서나 잘 자란다. 집주변에서 방학천, 우이천, 둘레길에 햇볕 좋은 곳에 노란 꽃이 바람에 나부낀다면 돼지감자꽃이다. 주변이 넓고 훤한 곳에 보통사람보다 조금 더 큰 모습으로 서서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노란 꽃들이 폈다면 그건 돼지감꽃이다.
흰비비추 흰비비추를 보며 옥잠화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사진을 보며 옥잠화랑은 크기부터 다르고 옥잠화는 백합처럼 꽃이 핀다. 고민을 하다 보라색 비비추를 다시 보면서 비교를 해보자는 생각에 추려 보았다. 내가 알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사진 정리를 시작했는데. 일이 점점 더 커지는 기분이다. 어줍잖게 아는 걸로 아는 척 하다 망신당할까 싶어 보고 들은 것만 ‘그렇다더라.’ 정도로 하려고 해도 어렵다. 보라색 비비추는 다부지고 당차 보이는데 색깔 때문인지 흰비비추는 잎도 더 도톰하고 애티를 못 벗은 젖살이 덜 빠진 소녀가 떠오른다. 흰비비추, 보라색비비추를 번갈아 보면서 어제 올린 옥잠화를 보니 크기만 다르지 똑 같은 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나팔꽃이 잎 모양과 색깔은 다르지만 나팔꽃으로 불리는 것처럼 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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