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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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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개미취 벌개미취 꽃을 보며 참 행복하다. 날마다 찍은 사진들을 보며 찍을 때는 몰랐던 손님들을 보니 반갑다. 슬며시 찾아든 손님. 나비, 잠자리, 그밖에 곤충들로 벌개미취 꽃이 더 풍성해지면서 뭐랄까 더 귀한 사진이 됐다. 벌개미취는 쑥부쟁이보다 더 다부지다. 쑥부쟁이가 여리 여리하다면 벌개미취는 단단하고 꼿꼿하다. 벌개미취 꽃은 두툼한 책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걸음걸이를 바로 잡는, 반듯한 자세로 또각또각 걷는 아가씨 같다. 꽃봉오리가 맺힌 꽃대가 얼마나 야무진지 잠자리가 싸리나무 울타리 위에 앉아 있는 듯 안정감 있고 편안해 보인다. 꽃잎 위에 앉은 노린재(?)는 먼산바라기를 하며 명상에 잠긴 듯 한없이 고요하기까지 하다. 벌개미취 꽃이 주는 넉넉함이다. 벌개미취 꽃이 피기 시작하면 거의 날마다 찍다시피 해..
쑥부쟁이꽃 쑥부쟁이꽃이 폈다. 풀밭이나 공터에서 많이 핀다. 보라색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방학천이 더 걸을만해진다. 쑥부쟁이꽃에 곤충이 있는 사진만 골라 올렸다. 나비가 꽃처럼 예쁜 사진은 쑥부쟁이꽃이란 확신이 부족해 올리질 않았다. 쑥부쟁이꽃은 벌만 좋아하는 꽃은 아니다. 노린재가 꽃잎에 앉아 쉬기도 하고 똥파리도 똥 위에 올라앉듯 앉아있다. 이제 막 태어난 것 같은 거미도 꽃잎위에서 길을 잃고 서성댄다. 쑥부쟁이꽃에 빛나는 노란 꽃술이 꿀단지인 것인지. 벌들이 제일 분주하다. 쑥부쟁이꽃은 실바람에도 너울대는 모습이 참 예쁘다. 연보라색 꽃이 제 향기처럼 소박해서 참 좋다. 결코 화려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다. 어느 곳에서든 주변을 환하게 밝히면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다알리아 요즘은 다알리아도 색깔이 다양하다. 내가 알았던 다알리아는 빨간색이다. 불탈 것 같은 빨간색이다. 도톰한 잎이 상처 입을 것 같지 않은 빨간 다알리아 꽃잎이 조화 같아 슬며시 만져보곤 했었다. 살아있는 느낌에 한 번 놀라고. 알싸한 향기에 또 한 번 놀라고. 예쁘다고도 향기가 좋다고도 할 수 없는 다알리아. 자세히 보면 투박하기까지 하다. 어느 곳에서든 상처 날 것 같지 않은 모습에 사랑받는 꽃이 된 것인지 주변에 많다. 개량종인지 키가 커서 축축 늘어졌던 다알리아가 요즘은 작달막하게 더 다부진 모습으로 화단에서 눈에 띈다. 다알리아 잎 특유의 반질반질함? 도톰함에 다알리아구나 한다. 홑잎도 있고 겹잎으로 층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물봉선화 북한산 계곡에도 물봉선화가 있었다. 나무그늘 밑, 눅눅하고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느 해 추석 연휴 끝에 의정부를 지나 어느 물가, 밤나무 밑에서 밤을 줍다 물봉선화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금방 비를 맞은 듯 흠뻑 젖어 있던 물봉선화 꽃이 예쁘기도 하면서 젖은 모습이 애처로워 한참을 바라봤다. 나무 그늘 밑, 물이 늘 흐르는 계곡,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어쩌다 내려앉는 뽀송뽀송함과는 거리가 먼 그런 곳에. 물봉선화가 참 환하게 피어 있다. 산길을 걷다 슬슬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쯤 물봉선화가 확 무더기로 눈에 띈다. 이런 곳도 살만하다는 듯. 푹 젖은 모습으로 뚝뚝 떨어지는 물기도 닦지 못한 채 환하게 괜찮다고 웃고 있는 물봉선화. 단체 사진을 찍듯 한꺼번에 모아 찍어본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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