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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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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산길에서 보던 꿀풀을 발바닥공원 환경교실 화단에서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흔해서 귀한 줄 몰랐던 꿀풀이 새삼 귀해진 느낌이었다. 꿀풀이 피기 시작하면 사루비아 꽃을 따서 꽁지를 빨아먹듯 꿀풀을 따서 꿀을 빨아먹었다. 사루비아 꽃보다 먼저 만난 꽃이 꿀풀이었다. 사루비아는 학교를 입학하면서 학교 화단에서 만난 꽃이라면 꿀풀은 들보다 산이 많았던 들도 산 같은 우리 동네에도 학교 가는 길에도 참 많았었다. 보라색 꽃이 무리지어 피면 누구랄 것도 없이 당연한 듯 꽃잎을 따서 입으로 가져가곤 했다. 꿀풀 꽃을 꺾은 적은 없다. 꿀 빠는 재미로 꽃잎을 따며 놀았다. 발바닥공원에서는 꽃잎을 딸 수 없었다. 밟을 흙이 없어서인지 들꽃을 보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있는 꿀풀은 사람이 키운 꽃이다. ..
히야신스 향기를 잡고 찾아갔다가 색에 더 끌린 건지. 지금은 주변을 꽉 채운다는 히야신스 그 꽃 향기가 떠오르질 않는다. 화단에 핀 이국적인 히야신스를 보고 플라스틱으로 투박하게 만들어 놓은 조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른 봄, 새싹부터. 동글동글하게 맺힌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피는 꽃까지. 다 커도 손바닥만 한 히야신스를 몇 년 봤다. 회양목으로 막아 놓은 화단에 꽃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사람 발길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창가에서 호통소리가 들리고는 했다. “이제, 그만 보고 가.” 목소리가 우렁차시던 할머니가 통 보이시질 않더니 화단에 히야신스도 사라졌다. 여름이 휴면기라는 히야신스는 구근을 캤다가 가을에 다시 옮겨 심어야 꽃을 오래 볼 수 있다더니. 몇 년을 그 자리에서 꽃을 피웠던 히야신스가 죽은 모양이다. ..
어리연 어리연은 발바닥공원 연못에 별이 내려앉은 것처럼 폈던 꽃이다. 발바닥공원이 새 단장을 하며 작년부터 보지 못해 아쉽다. 어리연은 부레옥잠이 둥둥 떠 있는 연못에 연못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위를 잎이 덮으면서 긴 꽃대를 올려 노랗게 꽃이 핀다. 두툼하고 봉글봉글한 잎에 도톰하게 여러 송이가 부케처럼 연보라색으로 피는 부레옥잠 때문인지 어리연은 잎과 꽃이 작아 보인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환하게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만큼 동동 뜬 동그란 잎과 꽃이 여리면서 작다. 비가 내릴 때면 빗방울에 꽃잎이 찢어질 것만 같다. 비가 많이 내리면 열무가 녹아내린다는 말을 어리연을 보며 실감한다. 어리연 노란 꽃잎 무늬가 꼭 불가사리 같다. 불가사리 몸에 속이 환히 비치는 나풀나풀한 푸릴 옷을 입..
완두콩꽃 북한산 둘레길 주말농장에 완두콩 꽃이 피고 있었다. 지지대를 의지해 타고 올라가던 줄기에서는 꽃이 나비가 날아든 듯 했다. 장아리 꽃 위를 날던 나비가 완두콩 꽃으로 환생이라도 한 듯 나풀나풀 나비처럼 꽃이 피고 있었다. 긴 줄기는 나비 더듬이 같다. 꽃받침처럼 생긴 둥근 잎은 희끄무레 초록색 물감에 흰색을 풀어 놓은 것 같다. 유치원생이 어줍게 풀어 놓은 물감 같은 모습이다. 완두콩 줄기는 봄빛도 여름빛도 아니다. 완두콩은 파랗게 주렁주렁 열린다. 비로소 완두콩 꼬투리로 여름을 맞는 것이다. 완두콩은 한여름 고추를 딸 무렵 밥에 놓아먹거나 쪄서 간식으로 먹던 동부만큼이나 빠르다. 아니 더 빠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는 완두콩을 따 본적이 없다. 그래서 절기를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주말농장에 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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