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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완두콩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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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주말농장에 완두콩 꽃이 피고 있었다. 지지대를 의지해 타고 올라가던 줄기에서는 꽃이 나비가 날아든 듯 했다.

 

 

장아리 꽃 위를 날던 나비가 완두콩 꽃으로 환생이라도 한 듯 나풀나풀 나비처럼 꽃이 피고 있었다. 긴 줄기는 나비 더듬이 같다.

 

 

꽃받침처럼 생긴 둥근 잎은 희끄무레 초록색 물감에 흰색을 풀어 놓은 것 같다. 유치원생이 어줍게 풀어 놓은 물감 같은 모습이다.

 

 

완두콩 줄기는 봄빛도 여름빛도 아니다. 완두콩은 파랗게 주렁주렁 열린다. 비로소 완두콩 꼬투리로 여름을 맞는 것이다.

 

 

완두콩은 한여름 고추를 딸 무렵 밥에 놓아먹거나 쪄서 간식으로 먹던 동부만큼이나 빠르다. 아니 더 빠른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에서는 완두콩을 따 본적이 없다. 그래서 절기를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주말농장에 열린 완두콩을 보면 비슷하지 싶다.

 

 

파란 완두콩 꼬투리가 늘어질 그 무렵 시장에서 완두콩을 팔고 있었다. 잘 영근 파란 완두콩을 보면 늘 덜 익은 풋콩 같다.

이른 가을 밭두렁에 있던 밤콩을 서리해 삭정이에 구워먹던 덜 익은 그 파란 풋콩. 그 풋콩을 서리해 먹는 기분이 완두콩이다.

 

흰밥까지 까맣게 물들이는 검은 콩밥만 상에 오르던 밥상에 완두콩밥이 오르면 푸릇푸릇 이제야 산뜻한 봄을 맞는 기분이었다.

묵은 맛에 길들여졌다 비로소 산뜻한 봄나물처럼 입맛을 돋우었다. 쌀밥은 더욱 희게 제 빛은 더 파랗게 서로 빛내주는 콩이 완두콩이다.

봄이 짧듯 완두콩도 잠깐 동글동글 파랗게 봄을 불러오고 밥상에서 사라졌다. 우리 집에서 완두콩은 한 두 끼, 그 무렵에만 먹던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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