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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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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나무꽃 어느 댁 마당 앞에서 본 흰 꽃이 자두나무꽃이라는 건 한참이나 지나서 알았다. 중고등학교를 가는 산 언저리에 친구네 자두밭이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자두나무꽃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네 자두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막 익기 시작했다. 방학 동안에 만나지 못할 친구와 친구네 자두밭 자두나무 밑에 앉아 아리도록 시린 풋자두를 따 먹곤 했다. 탁구공 만한 자두가 여름 방학 때면 주먹 만하게 커진다고 했다. 주먹 만해진다는 자두를 본 적은 없다. 고추를 따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자두밭은 늘 텅 비어 있었다. 밭이 꽉 차게 푸르던 나뭇잎까지 후줄근해진 기분이었다. 그 자두밭에도 봄에는 흰 꽃이 폈었던 건지. 학교를 가는 길 옆에 있던 친구네 자두나무밭에서는 자두나무꽃을 본 기억이 없다. ..
하늘마 하늘마는 사촌 동생이 보내준 고구마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나눠 주신 고구마 속에 감자만 한 크기의 그 못난이 먹거리가 하늘마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날로 먹어도 되는 건지 쪄먹어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까지지 않는 껍질을 벗기니 마처럼 늘어지는 진액에 마의 개량종인가 생각했었다. 사각사각,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던 마보다는 되던 하늘마였다. 하늘마를 감자 삶듯 삶으니 딱딱해진 껍질이 캡슐처럼 벗겨지면서 속살이 드러났다. 덜 익은 감자같이 썰컹거리는 맛에 덜 익었나 했었다. 감자처럼 땅 속에서 캐는 줄 알았던 하늘마를 어느 댁 담장에서 보고 놀랐다. 으아리를 심어 지지대를 설치해 놓은 것처럼 조롱박 넝쿨이 지붕 위를 덮듯 그렇게 담장 휀스에 시원하게 드리운 하늘마 넝쿨에 어린아이 주먹만..
귀룽나무꽃 방학동 정의공주묘를 가는 길 옆 가로수는 벚나무보다 귀룽나무가 더 많다. 귀룽나무가 한창 피는 4월 말쯤엔 초록색 잎 사이로 핀 귀룽나무꽃이 구름 같다. 귀룽나무 꽃은 우이동 솔밭공원에서 처음 봤다. 커다란 고목 위에 흰 꽃을 보며 아카시아꽃인가 했었다. 가까이에서 본 귀룽나무꽃은 늘어진 모습이 이삭 같다. 귀룽나무 꽃말이 ‘사색, 상념’이라고 한다. 처음 만난 꽃이 워낙 고목에 높은 데서 폈던 꽃이라서 그랬을까. 꽃이 궁금하기도 하고 열매도 궁궁했던 귀룽나무다. 아직 열매를 본 적은 없다. 길가에서 무더기로 피고 있던 귀룽나무꽃이 반가워 사진을 원 없이 찍었다. 풋풋한 시골아이 같은 꽃을 열매가 맺히는 걸 기다리지 못하고 올린다.
소리쟁이 냉이를 뜯을 무렵, 그때부터일 것이다. 엄마의 나물 주머니에는 냉이보다 여린 쑥보다 많이 소리쟁이가 담겨있곤 한다. 새끼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쑥과 함께 굵직굵직한 시금치보다 더 크고 다부진, 칼로 도려냈을 소리쟁이 싹이 푸짐하다. 엄마는 그러셨다. “맛이 새콤하긴 해도 된장국 끓여 먹으면 시금치 국처럼 먹을만 하다.” 국을 좋아하는 우리 집에서는 안성맞춤. 그렇게 우리 집에 봄은 엄마의 소리쟁이 나물로 시작을 한다. 다부진 소리쟁이를 씻어 멸치다시물에 된장을 푼 솥에 소리쟁이를 넣어 끓이면 푸짐하다. 여린 쑥으로는 쑥개떡을 만들고 소리쟁이 된장국을 먹는 날은 쾌변을 볼 수 있었다. 나른한 봄날 쑥개떡과 소리쟁이 국으로 산뜻했다. 소리쟁이국은 엄마 말씀처럼 새큰한, 바로 끓여내도 나물이 쉴 때 나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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