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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꽃 자서전

하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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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마는 사촌 동생이 보내준 고구마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나눠 주신 고구마 속에 감자만 한 크기의 그 못난이 먹거리가 하늘마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날로 먹어도 되는 건지 쪄먹어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까지지 않는 껍질을 벗기니 마처럼 늘어지는 진액에 마의 개량종인가 생각했었다. 사각사각,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던 마보다는 되던 하늘마였다.

 

하늘마를 감자 삶듯 삶으니 딱딱해진 껍질이 캡슐처럼 벗겨지면서 속살이 드러났다. 덜 익은 감자같이 썰컹거리는 맛에 덜 익었나 했었다. 감자처럼 땅 속에서 캐는 줄 알았던 하늘마를 어느 댁 담장에서 보고 놀랐다.

 

으아리를 심어 지지대를 설치해 놓은 것처럼 조롱박 넝쿨이 지붕 위를 덮듯 그렇게 담장 휀스에 시원하게 드리운 하늘마 넝쿨에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하늘마가 달려있었다.

 

그 뒤로 늘 지나다니는 주말농장에서 다시 보고 정말 반가웠다. 꽃도 피겠지 싶어 오가며 넓적한 잎을 들춰봐도 구슬보다 작은 열매만 줄기에 붙어있었다. 절기를 놓친 탓인지 꽃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알고나면 눈에 띈다는 말이 맞다. 하늘마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나니 이젠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눈에 띈다. 하늘마가 텃밭이나 화분에 푸성귀를 심듯 그렇게 심어놓은 댁이 많은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던 하늘마 이름을 안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름을 알게 되듯 어느 날은 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동네 골목길에는 하늘마 넝쿨이 드리운 집이 참 많다. 보는 눈도 시원해지는 넝쿨 사이에서 어느 날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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