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댁 마당 앞에서 본 흰 꽃이 자두나무꽃이라는 건 한참이나 지나서 알았다. 중고등학교를 가는 산 언저리에 친구네 자두밭이 있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자두나무꽃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네 자두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막 익기 시작했다. 방학 동안에 만나지 못할 친구와 친구네 자두밭 자두나무 밑에 앉아 아리도록 시린 풋자두를 따 먹곤 했다. 탁구공 만한 자두가 여름 방학 때면 주먹 만하게 커진다고 했다.
주먹 만해진다는 자두를 본 적은 없다. 고추를 따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자두밭은 늘 텅 비어 있었다. 밭이 꽉 차게 푸르던 나뭇잎까지 후줄근해진 기분이었다. 그 자두밭에도 봄에는 흰 꽃이 폈었던 건지.
학교를 가는 길 옆에 있던 친구네 자두나무밭에서는 자두나무꽃을 본 기억이 없다. 꽤 크던 밭에도 이른 봄이면 자두나무꽃이 하얗게 폈을 텐데. 뭉턱 잘려져 나간 기억처럼 꽃에 대한 기억이 없어 어느 댁 앞마당에서 하얗게 피던 자두나무 꽃을 보면서도 알아보지 못했다.
예쁘다고도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는 순박할 정도로 투박한 꽃에서는 매혹적인 향기가 났다. 어쩌면 꽃보다 멀리까지 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에 그 흰 꽃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 흰 꽃이 자두나무꽃이라는 건 앞마당을 쓸던 그 주인께 여쭤봐서다.
그 나무에서는 익은 자두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꽃과 열매가 따로 놀았을 것이다. 거름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길옆이라 익기도 전에 사람 손을 탄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자두가 익을 무렵 그곳을 지나다니질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그 방학 때처럼.
자두나무꽃인 줄 알고나서는 새콤달콤한 열매도 좋지만 향기가 좋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골목길을 걸으며 살펴보니 몇몇 집에 자두가 있었다. 과수원에서 찍은 사진이 아닌 조경수로 심어놓은 자두나무를 찍어 모았다. 정원수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담장 안에 있던 자두나무는 또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