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고 화초고추 꽃말을 검색해보니 ‘신랄하다’ 화초고추가 맵다더니 그 맛을 신랄하다고 표현한 모양이다. 화초고추에도 꽃이 피니 꽃말이 있는 것은 당연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랄하다’는 꽃말이 새삼스러웠다.
우리 집 고추밭 고랑에서 여름 내내 빨갛게 익어가던 길쭉한 고추는 땅 바닥으로 늘어졌다. 어른 손가락보다 길었던 그 고추와는 달리 엄지손톱만 한 동글동글한 화초고추와 어린아이 새끼손가락만 한 화초고추는 하늘을 보며 꼿꼿하게 달려 있다.
그래서일까. 화초고추가 하늘고추로 불리기도 한다. 그 매운맛이 이름이 되어 매운고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초고추는 화분에서만 봤다. 내가 본 화분에 있던 화초고추는 꽃처럼 예뻤다. 관상용으로 키워 고추 이름이 화초고추가 되었구나 했다.
화초고추를 보며 가을이면 서리 내리기 전까지 흰 꽃이 피던 고추밭에 고추가 생각 났다. 고추가 여러해살이라는 말을 듣고는 서리 걷이를 하며 애 고추부터 빨간 고추까지 다 따고도 고추 잎까지 훓던 그 고추를 실내에 옮겨 놓을 수 있다면 몇 년은 더 고추를 따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고 앙증맞은 화분에 참 예쁘게도 달려 있던 화초고추를 보며 서리를 피해 실내로 옮겨 놓으면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난 다음 해에도 꽃이 피고 색색의 고추가 달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옛날 우리 집 너른 밭에 고추나무는 풋고추를 따고 빨간 고추를 딸새 없이 흰 꽃이 쉴새 없이 폈었다.
겨울이 없는 나라에서는 고추가 쉴새 없이 달릴 수도 있겠다. 언제든 화초고추를 사서 화분에 심어 봐야겠다. 봄부터 가을까지 양지바른 곳에 뒀다가 서리가 내리기 전 거실에 들여놓는 것이다. 얼지 않을테니 고추꽃이 피고 색색의 고추가 열려 밋밋한 겨울에 꽃처럼 볼거리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