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측백나무잎은 평면이다. 납작하게 눌러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가지가 수직으로 자라고 잎이 옆을 향해 나서 측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지런하게 쌓아놓은 잎을 본 건 성지주일 미사시간이다. 납작한 측백나무잎이 성당 문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성지 가지로 쓰였던 잎이 측백나무잎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면 축성 받은 측백나무를 집에 가져와 안방에 걸려있던 십자고상에 푸른 잎을 꽂아 놓았다가 누렇게 말라 부서질 것 같은 측백나무를 재의 수요일에 태웠다.
그렇게 미사시간에만 봤던 성스러운 측백나무가 요즘은 아파트단지에서 종종 눈에 띈다. 꽃이 필 것 같지 않은 푸르기만 한 측백나무에도 꽃이 피고 있었다. 암꽃, 수꽃이 다르다.
푸른 잎과는 다르게 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다. 파랗게 맺혀 있던 열매가 겨울이면 바싹 말라 낙엽 지듯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사진을 찍다 보니 푸른 잎 사이로 회색빛이 도는 푸른 열매와 누렇게 벌어진 지난해 열매가 함께 달려 있다. 한 나무에 지난해와 새해가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