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을 찍고/꽃 벤자민 버튼

(126)
장미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장미가 참 예쁘게 피기 시작한다. 겨울을 털고 일어난 봄은 눈이 부시도록 환상적이다. 가슴이 벅차오르게 한다. 10월 중순이 지난 지금은 열매가 익어간다. 그 때문인지 북한산에서 내려오는 바람 속에서도 농익은 냄새가 난다. 이 가을엔 장미 열매를 볼 수 있다. 잔디밭 옆에서 피는 장미가 꽃잎이 지기 시작하면 그 가지를 미련 없이 잘랐다. 그래야 꽃이 실하게 피면서 오랫동안 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쁜 장미들을 종류 별로 모아 본다. 골목길이나 화단이나 길가에 제일 많이 피는 것은 단연 장미꽃이다. 그 때문인지 사진이 참 많다. 그냥 쿡쿡 찍어놓은 장미 사진은 평범한 모습이지만 저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르면서 장미 잎 모양도 다르다. 사람 얼굴처럼 저마다 개성이 있다. 장미꽃에 대..
무, 무꽃 이맘 때 김장철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포기 배추와 함께 땅속에서 김장 무도 실해진다. 무 하나를 뽑으면 혼자 먹기 버거울 정도다. 그때는 그랬다.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허기질 때면 어느 댁 밭고랑에서 무 하나를 뽑아 무청은 잘라 밭고랑에 버리고는 팔뚝만한 무를 밭둑에서 말라가는 풀에 쓱쓱 닦아서는 이빨과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가며 파란 부분부터 깨물어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다 먹지 못한 무는 벼를 베고 난 텅 빈 논에 던져버렸다. 남의 집 밭에 무도 우리 집 무라도 되는 듯 누구나 그렇게 뽑아먹었다. 흙에서 드러난 뽀얀 무가 참 많았었다. 그야말로 밭 가득 무만 있었다. 짠지도 담그고 김장속도 만들고 남은 무는 움 속으로 들어갔다. 그 무도 꽃이 핀다는 것은 한참 지난 뒤에 알았다. 장아리 꽃이 무..
새콩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건지. 달린 콩꼬투리가 영글기 시작하면서 새가 새콩 덩굴에 둥지를 튼 듯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새콩 주변에 모든 참새가 모인 것처럼 새소리로 시끌시끌하다. 요즘 그렇더니 새콩 꼬투리가 툭툭 터져 콩이 튀어나가고 없다. 북한산둘레길 인도 옆에 새콩 꽃이 노랗게 폈다졌다. 노란색 새콩 꽃은 사진에 잘 담기지가 않아 애를 태우는 꽃 중에 하나다. 새콩 덩굴은 열매가 이제 붉게 변해가는 남천을 타고 올라가서는 거미가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둘둘 감듯 남천나무를 말고 있다. 새콩 주변에 나무들은 얼마나 갑갑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새콩 저는 생기발랄한 모습이 천상 어린아이, 철없는 모습이 풋풋하다. 철없는 아이처럼 저만 생각하고 넓게 더 넓게 제 영역을 넓혀 놓았다. 새콩이 노랗게 폈던 자리가..
모과 백운시장에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모과를 팔고 있다. 식용이 아니라 방향제로 쓰기 위한 모과인 것인지 나무에 달려 있어야 할 모과가 상자에 담겨서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노랗게 익기를 기다리다 말고 덜 익은 모과 사진을 올리기로 했다. 모과는 만지면 미끈미끈 끈적이는 것 같은 느낌이 제 몸에서 내뿜는 진한 향기 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응축된 향기 덩어리라고 하면 억지일까? 어느 댁 담장 안에서 핀 분홍색 꽃이 예뻐 무슨 꽃일까 궁금했는데 남자 주먹만 한 모과치고는 꽃은 복숭아꽃보다 작고 꽃잎도 엉성하다. 꽃봉오리가 꽃보다 예쁘다. 빛바랜 듯 피는 꽃잎보다 꽃잎이 모여 진한 꽃분홍색 꽃봉오리가 얼룩덜룩한 굵직한 가지에서 더 눈에 띈다. 봄부터 여름까지 모과나무인 줄 모르고 지나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