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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사철 푸른 소나무도 초봄에 새순이 돋고 송화가 핀다. 수꽃 송화가 필 옆에 딱 붙은 작은 솔방울은 암꽃이다. 수꽃과 암꽃이 만나 이미 짝을 이뤘다. 다정다감하다. 소나무가 죽을 때가 되면 솔방울이 많이 달린다고 했다. 솔방울이 많이 달린 나무 가지는 이미 죽은 듯 메말랐다. 이리저리 뒤틀린 소나무의 고단함이 멋스럽게 다가온다.
버드나무 물가에 늘어진 나무는 어김없이 버드나무라고 했다. 축축 늘어진 줄기에 꽃이 엮어 놓은 듯 피어있다. 물가에 떨어진 꽃이 꿈틀거리는 애벌레 같기도 하다. 지는 모습이 안타까워 떠내려가지 전에 담아두었다. 꽃이 지고 난 가지엔 푸른 잎으로 더 가녀려지는 가지. 바람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우왕좌왕하는 사람 모양이다.
보리수 낯설었던 꽃이다. 빨간 보리수 열매를 기억해 냈다. 그러고도 못 미더워 꽃을 올려다보고는 찾아보았다. 보석같이 반짝이던 열매가 나무에 핀 꽃은 그저 그랬다. 보리수 꽃은 종처럼 나무에 매달려 있어 올려다봐야한다. 그렇게 봐야만 꽃을 위에서 내려다본 듯 볼 수가 있다.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그, 부처님 나무일까.
작약 늘 그곳에서 꽃이 폈다. 올해 처음 꽃이 피기 전에 그 자리를 가서 확인해 봤다. 접시꽃처럼 그 다음해부터 꽃이 폈던 것일까. 나무가 아닌 여러 해 살이 풀이다. 풀에서 피는 꽃이라고 생각하기엔 작약은 꽃대도 나무처럼 튼실하고 꽃도 풍성하다. 자리 잡은 곳이 어느 곳이든 주변까지 다 환하다. 지나갈 때마다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화단을 꽉 채우고 서있는 작약을 보며 자리가 비좁구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넓은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기왕 심을 이라면 마당 한쪽을 내어주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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