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19)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토리나무 2 곰배로 쿵쿵 나무를 쳐서 털던 도토리나무는 상수리나무였던 듯하다. 상수리나무 잎이 밤나무랑 비슷하다고 하니 그렇게 짐작해 보는 것이다. 후두두득 머리위로 떨어지던 도토리를 주워 담은 쌀자루는 울퉁불퉁했었다. 참나무가 유독 많았던 걸까. 도토리를 줍다 벌집을 건드려 떼굴떼굴 구르며 개울물에 뛰어들기도 하고. 절구에 찧어가며 벗긴 껍질은 거름자리로 가고 집집마다 도토리 떫은맛을 우리는 물로 도랑물이 새까맣게 흘러가곤 했다. 도토리나무1 참나무를 공부하다 그냥 도토리나무로 부르기로 한다. 지금 이 참나무는 떡갈나무일수도 갈참나무일수도 있다. 참나무에 늘어진 꽃이 신기해 산길을 걷다 찍곤 한다. 꽃이 조금씩 다른 걸 보면 같은 나무가 아닐 수도 있다. 도토리 모양이 다 다르더니 참나무 종류가 많았던 것이다. 참나무를 두 종류로만 나누기로 하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양지꽃 양지꽃은 언제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따뜻해진다. 마른 잡초사이에서 얼굴을 내밀거나 잔디위에 피어 있곤 했다. 볼 것이라곤 없던 메말랐던 겨울 양지꽃이 피면서 봄이 시작됐다. 내 기억으론 산길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꽃으로 기억한다. 높은 건물에 가려진 그늘 때문인지. 요즘은 양지꽃이 참 귀하다. 양지꽃이 환하게 피는 곳은 따뜻해 고양이도 참 좋아할만한 곳이다. 화살나무 새순이 나기 시작하면 할머니들의 손을 피할 수는 없다. 손톱 끝에 잘려 어느 댁 밥상에 나물로 오르기도 하고. 눈에 띌까 두려운 듯 제 잎보다 더 푸른 꽃을 피우고는 별을 품고 우주선이라도 타고 하늘로 날아갈 듯 애를 쓰더니 붉은 단풍잎 사이로 홍등 같은 열매가 바람에 흔들린다. 한겨울, 열매가 꽃처럼 곱고 예뻐 지나가다 들리곤 했다. 꽃의 겸손함 때문일까. 열매로 초봄까지 주변이 환하다. 이전 1 ··· 95 96 97 98 99 100 101 ··· 10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