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419)
불두화 당연히 수국인 줄 알았다. 불두화란 이름은 불교에서 붙여준 이름쯤. 혹시나 하고 확인해본 수국은 내가 알던 꽃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집주변에서 뭉쳐놓은 눈처럼 피던 꽃은 불두화였던 것이다. 잘못된 기억들을 바로잡으려고 마음속으로 불두화, 그 이름을 불러본다. ‘불두화, 불두화.’ 부처님 머리모양을 닮았다는 불두화는 그 때문인지. 부처님이 오신 날을 기다리며 아기 주먹만 하던 꽃이 어른 주먹만 해졌다. 땅으로 흘러내릴 듯, 가지가 축축 휠 듯 피고 있는 꽃이 환하고 탐스럽다.
찔레나무 꽃 장미를 찔레나무에 접을 붙인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아파트 담장에 장미꽃 대신 하얀 찔레꽃이 피는 걸 보며 접붙인 장미는 죽고 찔레 본가지만 살아 꽃을 피우는구나한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면 잘 익은 술 냄새가 나는 듯도 싶다. 그 향기에 취해 벌들이 그렇게 꽃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걸까. 찔레꽃이 한창 필 때는 온 세상 벌들이 다 날아든 기분이다. 벌이 쏜 화살이 깊이 박혀 눈 속에서도 열매는 붉디붉은지도.
족제비싸리 향나무로 담장을 두른 것 같은 우리 집 울타리엔 꼿꼿하게 자란 크고 야무진 족제비싸리가 참 많았었다. 사남매가 잘못을 하는 날엔 단체기합을 받듯 서 있다가 반성하는 의미로 맞아야 할 만큼 회초리를 꺾어 와야 했다. 회초리가 부러질 때까지 맞았는데 그때 꺽은 나무가 족제비싸리였다. 아무리 골라 봐도 부러질 것 같지 않았던 그 나무가 참 야속했었다.
봄망초 개망초 꽃이랑 확연히 달라 구분하기 쉬운 봄망초 만을 골랐다. 꽃이 피기 전엔 야단맞는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인 꽃봉오리와 더벅머리처럼 엉킨 것 같은 연분홍 꽃잎에 부푼 것 같은 꽃술. 사진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던 꽃이 봄망초와 개망초다. 봄망초라는 이름처럼 이른 봄에 폈다가 여름이 되기 전에 진다. 한 여름 저수지 둑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하얀 꽃은 개망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