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현호색
염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염주괴불주머니
조선현호색
현호색 니꼴 괴불주머니가 맞는 것 같다. 아니 현호색이 괴불주머니다. 현호색 만큼 알기 힘든 꽃도 드물 것이다. 아직도 확신이 없지만 함께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서 올린다.
같은 꽃 다른 느낌? 아니 다른 꽃 같은 느낌일까? 자세히 보면 꽃 모양 잎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비슷하면서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 같은? 분위기가 같으니 미심쩍지만 통칭하기로 한다.
사진 속의 꽃들은 현호색이다. 꽃 색깔이 오묘해서 이름이 현호색이라고. 보물주머니라고 해서 괴불주머니일까. 꽃잎 끝은 색깔이 진하다. 꿀이 잔뜩 들었다는 꽃자루 쪽으로 갈수록 엷어지는 색깔이 수채화를 그리던 붓을 물통에 넣고 빨 때 물감이 퍼지는 그 느낌이다.
북한산에 있는 보광사를 오를 때 우거진 나무 그늘 밑에서 무리 지어 피어 있는 현호색, 자주괴불주머니를 처음 보고 놀랐었다.
어두울 정도로 짙푸른 나무 밑에 누군가가 씨앗을 뿌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파란 풀밭에 새끼손톱만 한 작은 새들이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다. 걷다가 울창한 나무 그늘 밑에 풀만 있으면 살펴보고는 한다. 현호색은 나무 그늘 밑이나 반그늘이 드는 곳에서 꽃이 핀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려오는 곳이나 적당히 나무가 그늘막을 만들어주는 곳이면 현호색이 있다. 만날 때마다 색깔이 달라 현호색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장소만큼이나 현호색이 다양했다. 괴불주머니라고 꼬리가 달리는 현호색을 이젠 그만 찾아보기로 했다. 꽃이 좋아서 보기만 하다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전문가 흉내를 내려고 하는 나를 질책한다. 그냥 꽃이 좋아서 봤듯. 꽃을 꽃인 채로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을 마음껏 즐기기나 하자고.
현호색을 찍은 사진을 검색하며 나름 정확하다 싶은 것만 이름표를 달고 나머지는 모두 뭉뚱그려 ‘현호색’으로 부르기로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파란 하늘을 닮은 색은 조선현호색. 창호지가 바랜듯한 노란색은 씨방이 염주를 닮았다고 해서 염주괴불주머니. 자주색은 그 색깔 그래도 이름이 되어 자주괴불주머니로 널리 불리고 있었다.
들꽃들은 이름을 제대로 알기가 힘들다. 이름을 찾다가 닮은 꽃도 참 많구나한다. 자신있게 불러주던 이름도 제대로 불러주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현호색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희망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꽃밭에 앉아 있으면 나만을 위한 무대의 막이 오른 것 같다. 정말 멋진 상상을 하게 하는, 소리가 보이는 꽃이 현호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