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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내 허리까지 올 정도로 자라면 종처럼 생긴 꽃이 핀다. 쪼그려 앉아 위를 올려다보면 꽃술을 볼 수 있다. 아주 낮게 앉아야 한다.
컴프리를 보면 담배가 생각난다. 우리 동네는 담배를 많이 심었는데 키가 내 키보다 더 컸던 담배 대궁에서도 하늘을 보며 제 덩치에 비하면 작은 분홍색 꽃이 폈었다.
컴프리 잎 표면이 담배 잎을 닮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꽃 색깔이 닮아 그랬는지. 분위기가 비슷해 그랬는지 발바닥공원에 핀 컴프리를 볼 때면 늘 밭을 가득 채우고 있던 담배가 떠올랐다.
컴프리 잎을 따 본적이 없어 담배 잎처럼 끈끈한 액체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컴프리 꽃에는 나비보다 벌이 더 많이 날아와 제 집처럼 꽃 속으로 쏙 들어간다. 벌들이 컴프리 주변에서 늘 분주하다.
컴프리 꽃이 필 때는 장마철이다. 매해 우산을 쓰고 찍은 사진이 있다. 이삭을 물 듯 맺힌 꽃봉오리들이 연이어 지고 피면서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종처럼 매달려 있어 비가 많이 와도 꽃 속에 물이 고일 일은 없다. 잎과 줄기에 비해 작은 꽃이 도톰하고 다부져 소낙비에도 끄떡없다.
비를 맞고 있는 컴프리 꽃에 맺힌 빗방울이 꽃보다 큰 것 같다. 비가 오는 날은 발바닥공원에 사람이 뜸해 우산을 쓰고 앉아 한참 보고는 했었는데. 묵직하고 도톰하던 꽃잎이 날 좋은 날 보면 말간 꽃잎이 가붓해 보이면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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