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어디에나 있다. 흙이 있는 곳이면 길이든 담장 밑이든 사람이 다니는 길이든 산이든 들이든 어디에나 있었다. 나무그늘 밑이나 너른 공터에는 씨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내가 본 질경이는 제 이름처럼 질기고 튼튼했었다. 질경이는 창칼을 깊게 땅속까지 밀어 넣어 잎만 도려냈다. 조금 덜 들어갔다 싶으면 잘린 잎이 흩어졌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를 피해 잔디밭처럼 넓은 곳에서는 질경이가 시금치 밭에 시금치처럼 많았었다. 그곳에서는 금방 대바구니로 하나를 뜯고는 했다.
질경이는 씹는 맛이 있다고 엄마가 좋아하셨다. 가마솥에서 끓인 펄펄 끓는 물에 소금을 풀어 질경이를 삶으셨던 엄마는 나물은 양념 맛이라며 갖은 양념에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셨다.
흙이 더 귀한 요즘, 질경이가 보도블럭 틈이나 깨진 아스팔트 틈에서 보인다. 다져진듯한 흙이 없어서인지 모여 있는 질경이는 보지 못했다. 풀숲이나 화단에서 한두 줄기씩 질경이 꽃이 눈에 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요즘은 질경이를 재배해서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말려서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에서는 새싹이 터 너무 세기 전에 깨끗한 곳에서 뜯어 봄나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눈 쌓인 곳에서 꼿꼿하게 서 있는 질경이 씨방이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씨는 다 떨어지고 없을 쭉정이가 얼마나 꼿꼿한지 한 여름에 꽃처럼 반가웠다.
질경이 씨가 차전자라는 한약재라고 한다.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고. 토사곽란, 토하고 설사할 때 좋은 약재라고 한다. 구하기가 쉬웠을 질경이가 옛날에는 민간요법으로 최고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