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쟁이
소리쟁이 씨방을 중랑천에서 자세히 봤다. 사람 손이 덜 미치는 곳에 있다. 자전거 도로에서도 인도에서도 멀찍이 떨어진 비탈진 곳에서 참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거나 주거지에서는 들꽃을 사계절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꽃이 폈겠지 하고 가보면 말끔하게 뽑혔거나 꽃이 예쁘게 폈다 질 무렵엔 씨가 맺힐세라 흔적 없이 사라진다.
방학천에서 본 소리쟁이와는 달리 중랑천에 있던 소리쟁이는 굵직한 줄기에 키도 크고 튼실해서 그런지 소리쟁이 씨가 할머니들이 입으시는 브라우스에 붙여놓은 구슬같이 맺혔다.
누렇게 익어가는 씨를 보며 저렇게 마른 줄기들이 모였다가 바람이 불면 서로 몸을 부벼 소리가 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소리가 사라락 사라락 들릴 것만 같다. 그 소리를 들었을 누군가가 붙여준 이름이 소리쟁이란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은 들풀에게는 천국이지 싶다. 봄에 시금치처럼 된장국을 끓여 먹어도 좋은 소리쟁이가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씨방까지 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가보니 지금은 중랑천 공사로 나무도 옮겨지고 인도를 넓혀 거기 있던 소리쟁이는 없어지고 딴 곳이 됐다. 바람이 불면 몸을 부딪치면서 낸다는 소리쟁이 소리를 올해도 들을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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