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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의 어린 싹을 삘기라고 부른다는 걸 이제 알았다. 우리 동네에선 아니 우리들은 삘기를 뽑아 껌처럼 씹으면서 학교를 오가곤 했다.
문방구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팔던 껌을 사서 씹기보다 개울둑이나 밭두렁에 있던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삘기를 뽑아 씹으면서 달착지근한 풀 맛을 삼키고는 했다.
단물 풀물을 삼키고도 점점 질깃질깃 별맛이 없을 때까지 씹던 삘기가 그때는 참 많았다. 그렇게 뽑아먹었어도 개울둑이나 밭두렁에서는 띠 꽃이 하얗게 폈다.
그때는 돈 한 푼 없이도 잘 다녔다. 쟁기질한 논에서 까만 올미를 파먹으면서 논두렁 밭두렁이 푸릇푸릇해지기 시작하면 삘기 뽑아먹고 아카시아순을 꺾어먹기도 하며.
늘 산과 들은 먹거리로 풍성했었다. 아니 뭐든 먹었다. 엄마가 산나물을 뜯으러 뒷산에 올라가실 무렵이면 새순은 다 잘라 먹었던 것 같다. 장아리를 꺾어먹듯 그랬다.
그때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걷던 내가 그립고. 그 시절, 친구들이 더 그리운 봄이다. 며칠 새 삘기 꽃이 폈다 지고, 이미 삘기가 세서 띠 꽃이 하얗게 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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