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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물 한잔을 들고 산책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이다. 김천에 있는 깊은 산 속에 집터를 닦아 놓은 곳에 뱀풀이 터를 잡고 있었다.
넓은 터에 아침 이슬이 맺힌 뱀풀이 얼마나 새로웠는지. 학교를 가며 논두렁길을 걷고 나면 바짓가랑이가 다 젖고는 했었는데 그럴 만 했다.
그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요즘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그때는 젖은 바지가 빤 티도 안 나게 흙투성이가 되어버리는 신발이 마땅찮았었다.
그랬던 그 마땅찮은 일들은 이렇게 고왔던 아침 이슬 투정이었던 것이다. 절 보지 못하고 내 닿는 어린아이에게 보내는 관심이었을 텐데.
그 때 그 순간을 잘 보내지 못해 지금 이토록 소소한 풍경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뱀풀에 맺힌 이슬방울이 얼마나 예쁘던지.
들판에 흔해서 별다를 것 없이 그저 그랬던 뱀풀을 보고 감탄을 했다. 손등에 이슬방울을 옮기는 걸로 만족하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아침 햇살에 스러질 이슬방울이 소중하고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아버린 그가 거기 있었다. 옛날에 그 무법자는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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