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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꽃 때문일까. 향기에 대한 기억은 없는데 눈개승마 꽃을 찍은 사진 대부분에 나비와 벌이 꽃 주변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눈개승마 꽃은 밤새 된서리가 내려 얼어붙은 새벽 같기도 하고 어느 해 한라산 꼭대기에서 본 새하얀 상고대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말이 어눌해지다 생각도 무뎌졌던 건지. 옷깃을 여며도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워 꿈속 같은 새하얀 풍경이 예쁜 줄 몰랐던 한라산이다.
풀로 얼크러진 화단에 눈개승마를 보며 한라산 그 바람이 불어오는 듯 시리다는 생각을 했다. 한여름에 겨울 찬바람을 몰고 오는 꽃이다.
며칠 째 눈이 올 듯 말 듯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씨에 이도저도 아닌 밋밋하면서 어두운 사진을 보며 쨍하게 빛나던 눈개승마 꽃이 떠올랐다.
하늘이 양어깨에 올라탄 것 같은 요즘, 눈이라도 펑펑 시원스럽게 내려준다면 무거운 어깨도 칙칙한 내 사진도 가벼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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